(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장기이식 대기자가 하루에 3명 숨지고 있습니다. 민관이 협력해 국민적인 장기기증 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한국장기기증협회 강치영(54) 회장은 9월 9일 장기기증의 날을 사흘 앞둔 6일 부산시 부산진구에 있는 협회 사무실에서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호소했다.
부산 토박이로 무역업을 하던 강 회장은 1991년 "장기기증은 사람을 살리는 일, 지구보다 무거운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믿음으로 장기기증을 알리는 일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장기기증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던 시기로 정부조차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
2000년 '뇌사입법 및 장기이식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강 회장과 같은 민간인이 병의원과 연계해 장기이식을 주도했다.
강 회장은 "장기밀매 등의 부작용이 워낙 심해지다 보니 정부가 등떠밀리다시피 장기기증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을 비롯한 대한이식학회와 한국장기기증학회 등의 노력으로 현재 국내 장기기증 서약자는 180만명에 이르렀다. 장기이식 성공률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2015년 기준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2만7천444명인데 비해 장기기증자 수는 대기자의 10%가 안 되는 2천565명에 불과하다.
강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민간 그 어느 한쪽이 관련 활동을 주도할 것이 아니라 각계각층이 똘똘 뭉쳐 장기기증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장기이식 대기자 사망률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2012년 동의대에서 '장기기증의 사회적 거버넌스에 관한 탐색적 연구'라는 주제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강 회장은 국내 장기기증 부족 현상의 원인으로 장기기증 제도가 미흡하고 장기기증자에 대한 처우가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현행법상 뇌사자가 장기기증 의사를 밝혀도 가족 1명이 동의를 해야 기증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장기기증이 무산되는 일도 잦다.
장기기증 이후 기증자의 건강관리 기간이 매우 짧고 기증 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사후관리 프로그램도 전무하다. 장기기증자는 보험 가입 시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강 회장은 장기기증 홍보관이나 생명나눔공원 건립 등 장기기증자를 예우하고 그들을 기억하는 사업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 세월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장기기증의 절차와 과정 등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지속적인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장기기증자를 제대로 예우해야 장기기증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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