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14일 개봉
나눔의 집' 할머니 이야기 담은 다큐도 준비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영화를 통해 이 문제를 계속 알려 나가는 데에만 온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제가 최선을 다한다면 국민 여러분이 지난해 '귀향'의 기적을 이뤄주셨듯이 한일 간 위안부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요?"
위안부의 아픔을 다룬 영화 '귀향'을 선보인 조정래 감독은 작년 영화 개봉 이후 1년 반 동안 전 세계 10개국, 61개 도시를 돌며 1천300여 회의 상영회를 진행해 왔다.
지금도 잇따르는 상영 요청에 일주일에 한 번꼴로 해외에 나가 무료로 상영회를 열면서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대부분 재정 여력이 없는 단체를 위한 무료 상영회인 탓에 국내에서 358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올린 수익은 올해 말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상영회를 통해 모인 후원금은 모두 나눔의 집에 전달하고 있다.
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아직도 다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요청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모임이나 돈 없는 시민단체를 1순위에 놓고 상영회를 진행하고 있어요. 영화를 본 외국인들은 꺼이꺼이 울면서 이게 정말 사실이냐고 물어요. 일본에서의 반응도 놀라웠죠. 영화를 보고 펑펑 울면서 '미안하다. 진짜 몰랐다. 나는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말씀하시는 데 제 눈을 믿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작년 흥행에 성공한 '귀향'은 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국내외에서 위안부 소재의 영화들이 제작·개봉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현재 중국에서 인기리에 상영 중인 위안부 다큐멘터리 영화 '22' 역시 '귀향'을 모델로 삼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극장에서 개봉하고 흥행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대만에서 열린 영화제를 통해 '22'를 본 조정래 감독은 "중국에서 돌아가신 전라도 출신의 박차순 할머니가 영화 속에 등장해 아리랑과 도라지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며 "이런 영화가 많이 제작되는 게 너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귀향'에 다 담지 못한 영상들에 '나눔의 집'에서 제공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 영상을 더해 만든 작품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현재와 소녀 시절 아픈 과거를 교차시켰던 전작 중 과거 아픈 역사를 담은 부분을 주로 보여준다. 일본군으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하던 위안부 소녀가 탈출하다 총살당하는 장면 등 작년 개봉 당시 편집됐던 장면들도 볼 수 있다. 소녀들이 현시대에 다시 태어나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엔딩 장면은 새로 찍은 것이다.
조정래 감독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났으면 평범하게 살아갔을 소녀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16살 무렵 고통을 겪었던 할머니들은 아직도 소녀의 눈을 갖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문제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그 장면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 역시 해외 상영을 위해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 각국 언어로 번역을 진행 중이다.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고 더 나아가서는 반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불러주면 어디로든 달려가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이미 두 편의 위안부 영화를 선보인 조 감독은 위안부 문제를 다룬 또 한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도 준비 중이다. '나눔의 집'에서 기거했던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엮은 작품이다.
그는 "'나눔의집'을 방문하고 '귀향' 제작을 결심했던 2002년부터 15년째 촬영해온 것"이라며 "현재 촬영과 편집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데 개봉을 서두르기보다는 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안부 영화에 온 힘을 쏟으면서 그가 차기작으로 계획했던 '광대'는 접어둔 상태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연기할 생각입니다. 생존자가 35명밖에 남지 않은 상태여서 시간이 너무 없잖아요. 국민들의 도움으로 '귀향'을 만들고 기적을 이룰 수 있었으니 이 문제를 계속 알려 나가고 할머니들을 도와드리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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