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유혈사태 '가짜뉴스'라는 아웅산 수치…대체 왜?

입력 2017-09-06 17:45  

로힝야족 유혈사태 '가짜뉴스'라는 아웅산 수치…대체 왜?

"무슬림 소수민족 박해엔 줄곧 무관심"…군부에 대한 비판 자제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미얀마의 실권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가 '인종청소' 양상으로 치닫는 로힝야족 유혈사태에 보이는 이중적 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수치는 지난달 25일 시작된 미얀마군과 로힝야족 무장세력간 사상 최악의 유혈충돌로 사망자와 난민이 속출하는데도 사태를 방관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던 수치가 사태 발발 10여 일 만에 "로힝야족 학살주장은 조작된 가짜뉴스"라는 첫 반응을 내놓자 수치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치는 이날 국가자문역실 명의의 페이스북 계정에 성명을 발표하고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주장은 가짜뉴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터키 부총리가 '사망한 로힝야족'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에 게시했다가 자진 삭제한 사진을 언급하며 "이런 조작된 정보는 국가 간 분쟁을 촉발하고 테러범을 이롭게 하는 가짜뉴스"라며 "(로힝야족 학살주장은) 엄청난 규모의 조작 정보에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로힝야족에 대한 잔혹 행위를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수치가 사태에 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교국가인 미얀마의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 박해문제는 로힝야족 무장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지난달 25일 경찰초소 30여 곳과 군기지를 습격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미얀마 정부군은 ARSA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개시했고, 로힝야족 반군 370명을 포함한 400명이 작전으로 목숨을 잃었다.

또 유혈충돌을 피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로힝야족 수도 12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작전 과정에서 로힝야족을 상대로 학살과 성폭행, 고문이 자행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주장을 일관되게 부인하며 유엔의 국제조사단 활동도 불허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의 인권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앞장섰던 수치가 자국 내에서 벌어진 소수민족에 대한 잔혹 행위를 묵인하자 이슬람 국가를 중심으로 수치의 노벨상을 박탈하라는 등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수치가 유혈사태 발발 10여 일 만에 '로힝야족 학살주장은 가짜'라는 황당한 반응을 내놓자 국제사회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앞서 미국 CNN방송은 수치가 야당 지도자로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 때도 미얀마의 무슬림 소수민족 박해문제에 대해서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며 수치의 반응이 놀랍지 않다고 전했다.

수치는 지난 2013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을 인종청소로 규정하는 데 반박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그는 다른 인터뷰에도 로힝야족 박해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두려움은 이슬람교도뿐만 아니라 불교 신자에게도 있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 "독재정권 아래 살면서 사람들이 서로 믿지 못하게 됐다" 등의 동문서답식 답변으로 일관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수치가 미얀마의 실권자라는 대외 인식과 달리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군부의 막강한 장악력에는 못미쳐 로힝야 사태에 개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이 지난 2일 "평화정착을 위한 수치의 시도가 좌절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얀마 군부의 지지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발언한 것이 미얀마 내에서 수치의 제한된 입지를 방증한다.

수치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 당시에도 군부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해 비판을 받았었다.

그의 지지자들은 수치가 군부를 비판해 관계가 악화할 경우 정치 기반이 흔들려 민주화 동력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옹호하고 있다.

이런 해석에도 로힝야족 학살사태를 외면한 수치에 대한 비판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인권단체인 포티파이 라이츠의 매슈 스미스 대표는 "미얀마에서 대량학살이 일어나고 있지만, 수치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이런 수치의 태도는 로힝야 사태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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