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활성화를 위해"…이승환이 CJ와 함께 그리는 '빅 픽처'

입력 2017-09-06 17:39   수정 2017-09-06 20:18

"인디 활성화를 위해"…이승환이 CJ와 함께 그리는 '빅 픽처'

첫 프로젝트는 밴드 아이엠낫의 2천350석 공연 도전

이승환 "정치적 행보에 음악 잠식돼…내적 갈등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1990년대 중반 태동해 지난 20여 년간 인디 음악계는 많은 발전을 이뤘다. 장기하와얼굴들, 국카스텐, 십센치 등 스타가 된 인디 뮤지션들도 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 인디 밴드는 무관심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홍대 클럽은 문을 닫고 밴드는 공연해도 수익을 얻기 어렵다.

가수 이승환이 이 같은 상황의 인디 뮤지션들을 지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 2015년부터 인디 밴드와 영세한 클럽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프리 프롬 올'(Free from all)을 기획해 올해 8월까지 총 1억2천여 만원을 들여 98개의 공연을 열어 준 그가 이번에는 그 판을 키웠다.

CJ문화재단과 손잡고 인디 음악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이승환은 6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신정동 CJ아지트 광흥창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력 있는 인디 뮤지션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그가 쇼케이스를 제외하고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1997년 '붉은 낙타'가 수록된 5집 이후 20년 만으로, 행사 시작에 앞서 그는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는 "인디 밴드들이 농담처럼 MBC TV '무한도전'에 나오고 싶다고 이야기한다"며 "그런 상황이 아니어도 내가 큰 판을 만들어 이 친구들이 화제성을 갖고 성공하게 된다면, 상징적인 깃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이 다양한 꿈을 펼치도록 대기업의 순수성을 의심하지 않고 같이 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 프로젝트의 첫 번째는 밴드 아이엠낫(IAMNOT)이 2천석 규모의 공연에 도전하는 것이다. 300석 규모의 공연장을 채우던 이들은 10월 21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2천350석 규모의 공연에 나선다.

이승환은 이들의 공연을 기획하고 공연 장비를 지원하며, 아이엠낫과 함께 협업 무대도 선보인다. 현재 티켓은 예매자에게 '원 플러스 원'으로 판매 중으로, 330명이 구매해 총 660장이 팔려나갔다고 한다.

그는 "나 말고도 다른 뮤지션들의 합동 무대가 있다"며 "내가 누군가에게 선의의 공연을 만들어주고 그들이 그 의미를 간직해서 성공한 뒤 또 다른 후배를 위해 선의를 베푸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나의 큰 그림"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엠낫은 임헌일(보컬 겸 기타), 양시온(베이스), 김준호(드럼)로 구성된 밴드다. 이들은 2006년 대학 시절 결성한 5인조 모던록 밴드 브레맨으로 함께 활동했고, 팀 해체 뒤 10여 년간 각자 프로듀싱, 작·편곡, 연주, 노래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다가 2015년 아이엠낫이란 밴드로 다시 모였다.






이 자리에 함께한 아이엠낫은 "10여 년간 음악을 해오면서 우리의 파이를 정확히 알고 있다"며 "그래서 두려운 마음이 커 '우리가 대단한 밴드가 아니고 쉽지 않은 게임'이라고 말씀드리자 격려해주셨다. 음악 준비는 늘 되어 있기에 즐기면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멋지게 공연을 해내는 것이 우리의 롤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환은 "아이엠낫과 막역하게 친하진 않다"고 웃으며 "이들의 공연을 보고 '2천300석 무대에 서도 어울리지 않나'란 의문에서 출발했다. 유료 관객 300석 규모의 친구들이 홍해를 가르는 모습, 기적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이 모습이 음악하는 친구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승환은 이어 아이엠낫을 비롯해 인디 뮤지션들의 인지도가 높아지길 희망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힙합이 대중화되고 위상을 높이는데 '쇼미더머니'의 역할이 컸다"며 "어떤 매체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후배들이 잘되길 바라는 사람이다. 스타 플레이어가 있으면 그 '신'(Scene) 자체가 흥하니 많은 스타 플레이어가 나오길 바라고 있다. 내가 28년 음악 하면서 지원이나 협찬받은 것이 처음인데 CJ문화재단은 첫 만남에 바로 오케이를 해줬다. 문화에 대한 관심을 기업들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승환은 또 '인디'는 독립적으로 음악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뮤지션들을 일컫지만, 우리의 경우 이젠 하드록, 크로스오버 등의 음악 장르로 인디를 분류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도 냈다.

그러자 이날 사회를 본 대중음악평론가 김 작가는 "사실 이제는 인디란 말을 용도 폐기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언더그라운드 힙합, 재즈 뮤지션을 그냥 힙합, 재즈라고 하듯이 1995년을 기점으로 태동한 인디 문화가 20년을 지내다 보니 단어와 내용의 괴리가 생겨 앞으로는 밴드, 싱어송라이터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승환은 아이엠낫을 시작으로 기업과 공연장비 업체의 지원이 있다면 이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정교과서 반대 콘서트 이후에 가수의 꽃인 행사도 일 년에 하나로 줄어든 상황이라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CJ문화재단에 읍소하고 있다. 그들이 저와 함께 반반으로 부담해준다면 계속할 의향이 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세월호, 촛불 정국 등 각종 정치·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최근 MB를 풍자하는 노래인 '돈의 신'을 발표한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돈의 신'의) 유튜브 조회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서 생각하는 만큼의 반향이 없었다"며 "각하의 의도대로 돼서 분하다. 홍보할 방법이 별로 없는데, 아는 SBS 라디오 PD의 도움이 있어서 알려 나갈 예정이며, 이번 주 금요일쯤 뉴스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이러한 행보를 걸을지 묻자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다. 가수인데 그런 행보로 인해 잠식돼 있다"며 "사람들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음악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민스럽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돈의 신'을 내면서 악의 장벽에 내가 쓴 가사대로 막혀버려서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기분이다. 일개 가수이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하고 있지만 요즘엔 내적 갈등이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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