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사이트가 한류 콘텐츠 '무국적'으로 변질시켜"

입력 2017-09-07 07:00  

"불법복제사이트가 한류 콘텐츠 '무국적'으로 변질시켜"

저작권진흥協 이끄는 권정혁 레진 부사장…"신속차단법이 근절 첫 단추"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권정혁 레진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애초 인터넷에서 최신 IT(정보기술) 동향에 관한 분석 글을 잘 쓰는 '스타 개발자'로 유명했다. 그의 필명은 '구루'(선생이라는 뜻)다.

그런 구루가 요즘 전장의 선두에 섰다. 외국의 콘텐츠 불법복제 사이트(해적 사이트)의 근절을 목표로 올해 2월 출범한 저작권해외진흥협회(COA)의 초대 회장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권 회장은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외 해적 사이트는 웹툰, TV 프로그램 등 한국 콘텐츠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 수 없게 만들어 국적을 증발시킨다. 해적 사이트가 인기를 얻는 이상 한류 콘텐츠의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COA는 레진엔터, 네이버, KBS, jtbc, 한국영화배급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 등 국내 주요 콘텐츠 기업과 기관이 모인 단체다.

해적 사이트의 해악을 가장 많이 실감해온 레진엔터가 첫 회장사를 맡았다. 레진엔터의 유명 웹툰 서비스인 '레진코믹스'는 독자에게 만화를 파는 것이 유일한 수익원이라 콘텐츠 도용이 사업에 치명타가 된다.

IT를 통해 빨리 진화하는 해적 사이트에 잘 대처하자는 취지로 한희성 레진엔터 대표 대신 최고기술책임자인 권 회장이 COA의 진두지휘를 맡았다.

권 회장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해적 사이트가 콘텐츠를 퍼가면 이후 외국어로 된 다른 해적 사이트가 이를 2차·3차 식으로 재복제하는 형태가 굳어졌다. 유료 결제의 수요를 잠식해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렵게 만들고, 많은 소비자가 콘텐츠의 원산지를 혼동하게 돼 한류 브랜드에 해악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COA가 현재 가장 주목하는 해법은 해적 사이트를 일단 한국 인터넷 공간에서 신속하게 차단하는 조처다.

현재도 저작권 위반 사이트를 정부에 신고해 접속을 막는 제도가 있지만 심의 검토 등 절차때문에 차단까지 1∼2개월이 걸려 실효성이 적었다. 현재 국회에서는 이 차단 절차를 '1주일 이내'로 줄이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계류된 상태로, COA는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 의견 표명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권 회장은 "한국 인터넷망에서부터 해적 사이트를 제대로 차단하면 우리 콘텐츠를 빼돌리는 '첫 번째 고리'가 끊어져 무한 복제를 통한 국외 확산도 준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저작권 위반이 명백할 때만 접속을 막자는 것인 만큼 차단 남용이나 검열 우려도 없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또 해적 사이트 모니터링(감시)의 완전 자동화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각지에서 쏟아지는 도용 사이트를 사람 손으로 살펴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글 등 주요 검색엔진에서 해적 사이트로 넘어가는 경로를 기계가 24시간 감시해 이런 링크를 적발하면 바로 없애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사실 저작권 보호 기술이 진보해도 그만큼 도용 기법도 발전해 고민이 많아요. 그러나 해적 사이트를 없애겠다며 돈 내고 콘텐츠를 사는 이용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은 절대 지양한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저작권 보호 때문에 정상 고객도 서비스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고 고집하면 결국 산업이 위축하게 됩니다"

권 회장은 웹툰이 영상이나 음원과 비교해 해적 사이트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잦다고 전했다. 유료화가 정착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많은 사람이 웹툰을 '공짜'로 가볍게 봐 도용 콘텐츠를 거부감 없이 소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디지털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좋은 작품이 나오는 불변의 조건은 작가가 정당한 대가를 받는 생태계 환경"이라며 "웹툰 팬들이 해적 사이트가 자신의 권익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사실을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t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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