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적 민생현장 행보 보였으나 금품수수 의혹에 결국 낙마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고상민 기자 = 바른정당 당 대표로 뽑힌 지 74일 만에 낙마한 이혜훈 전 대표는 당내 대표적인 자강론자였다.
이 전 대표는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과 통합하거나 적어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연합 공천을 해야 한다는 통합론자들에 맞서, 당이 스스로 힘을 키워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자강론을 펼쳐왔다.
자신의 낙마로 당내 자강론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은 이 전 대표가 당 대표 사퇴 막판까지 고민한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7일 당 국회의원 전체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자강이 옳다는 동지들의 자강론 불씨가 사그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깊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지난 6월 26일 당내 경선에서 하태경 의원을 비교적 여유 있게 따돌리고 1위를 차지, 대선 패배 후 48일 만에 당의 새 지휘봉을 잡았다.
취임 일성으로 "보수의 본진이 되겠다"고 외쳤다. '개혁 보수, 따뜻한 보수, 젊은 보수'를 내걸고 한국당과의 '보수 적자'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포부였다.
친(親) 유승민계로 분류되고 지난 대선 기간 유승민 후보 캠프에서 활발히 활동한 덕분에 대선 전후 새로 입당한 친유승민계 당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었다.
이 전 대표는 취임 후 소속의원 20명을 각각 위원장으로 한 민생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함께 전국을 돌며 당 홍보 캠페인을 벌이며 민생현장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등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 결실로 한때는 정당 지지율이 한국당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기도 했지만 금품수수 의혹과 그에 따른 도덕성 논란으로 결국 대표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 전 대표의 취임 당시 5개 정당 중 3개 정당(더불어민주당·바른정당·정의당)의 당 대표를 여성이 맡는 '여인 천하' 구도가 형성돼 여의도 정가의 유리 천장을 깼다는 의미를 남기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서울 서초구갑을 지역구로 둔 3선 의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으로 기획재정위에서 주로 활동했으며, '이혜훈법'으로 불리는 종부세법 개정안 발의가 대표적 의정활동 성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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