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10대 잇단 피살 경악…"초법적 처형 등 인명경시 확산탓"

입력 2017-09-07 10:22  

필리핀 10대 잇단 피살 경악…"초법적 처형 등 인명경시 확산탓"

브레이크 없는 경찰의 '묻지마' 사살…"두테르테에 책임…살인행위 멈춰라"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에서 10대들이 경찰이나 괴한에 의해 살해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 놓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마약과의 유혈전쟁'으로 초법적 처형이 확산하는 등 인명 경시 풍조가 만연한 결과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7일 ABS-CBN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초등학교 5학년생인 레이날도 데 구즈만(14)이 전날 필리핀 북부 누에바에시하 주의 한 샛강에서 실종 20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데 구즈만은 몸에 30곳이나 흉기에 찔리고 얼굴이 테이프로 감긴 참혹한 모습이었다.






앞서 칼 안젤로 아르나이즈(19)가 8월 17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북부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죽었다. 경찰은 아르나이즈가 권총을 들고 택시 강도질을 하려다가 저항해 사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검과 법의학자의 분석 결과 아르나이즈는 숨지기 전 수갑을 찬 채 구타를 당하고 총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또 아르나이즈 사망 현장에 데 구즈만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목격자인 데 구즈만의 증언을 막기 위해 누군가 그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6일에는 필리핀 북부 칼로오칸 시에서 고교생인 키안 로이드 델로스 산토스(17)가 마약 단속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경찰은 당시 산토스가 총을 쏘며 저항했다고 발표했지만, 경찰의 일방적 총격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잔인한 10대 피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두테르테 대통령의 범죄 소탕 방식에 책임을 돌리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작년 6월 말 이후 취임 이후 "저항하는 마약용의자를 사살하라"며 경찰관 등 법 집행관들이 마약사범을 사살했다가 형사책임을 지게 되면 사면권을 행사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묻지마식' 처형을 부추긴 결과라는 것이다.

필리핀에서 지금까지 마약 유혈소탕전 중 피살된 미성년자는 5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사 혼티베로스 상원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벌이는 마약과의 유혈전쟁 영향으로 무고한 미성년자들을 죽이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비난했다.

프랜시스 판길리나 상원의원은 "이 전쟁을 중단하겠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표만이 무고한 시민 피살과 부패 경찰관들의 살인 행위를 멈추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의 제임스 고메스 동남아·태평양지부장은 "필리핀에서 얼마나 많은 어린이가 죽어야 이 끔찍하고 냉혹한 폭력이 끝나겠느냐"며 "초법적 처형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kms123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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