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학교폭력] ② "때릴땐 어른, 처벌땐 아이" 소년법 논의 봇물

입력 2017-09-07 12:05   수정 2017-09-07 12:51

[10대 학교폭력] ② "때릴땐 어른, 처벌땐 아이" 소년법 논의 봇물

2003년 헌법재판소 만14세 합헌 판결…"법감정 변해" VS "효과 없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때릴 땐 성인보다 더 잔인하게 했는데, 벌 받을 때는 어린이인 척하면 되나요."

부산과 강릉에서 잇따라 일어난 잔혹한 여중생들의 폭행 사건을 지켜본 시민들의 분노가 담긴 한마디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년법 폐지 청원에 나흘 만에 무려 20만 명이 참가할 정도로 소년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다.




소년법은 만 19세 미만에게 적용된다.

19세 미만의 소년들은 형법 9조에 따라 만 14세를 기준으로 '촉법소년'과 '범죄소년'으로 나뉘는데 촉법소년은 만 14세 미만을, 범죄소년은 만14세 이상을 이르는 말이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대부분 훈방 조처되거나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만 받는다.

보호처분에는 10가지가 있는데 사회봉사부터 소년원 위탁까지 수위가 각각 다르다.

범죄소년은 형사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소년법에 따라 최대 형벌수위가 20년으로 제한되고 성인과 달리 감형도 받을 수 있다.

최근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던 때 경찰이 성인인 공범에겐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만 16세인 주범에게는 소년법에 따라 20년을 구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놓고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소년법 개정 움직임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0대의 잔인한 범죄에 대해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청소년범죄가 저연령화, 흉포화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관련법 개정 논의를 신중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미성년자라도 특정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소년법 적용 연령을 19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개정안(소년흉악범죄처벌강화법)을 대표 발의했고 민주당 이석현 의원도 '형사 미성년자'의 최저 연령을 현행 만 14세에서 12세로, 소년법에서 소년부 보호사건 심리 대상의 범위를 현행 만10∼14세에서 10∼12세로 각각 낮추는 내용의 법안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소년법 폐지 청원이 있다고 해서 (법률 자체를) 폐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법률 개정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 재판소는 2003년 형사 미성년자를 만14세 미만으로 하는 형법 9조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전효숙 재판관 등은 "12세 미만의 청소년범죄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음에도 국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범죄 피해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보호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보충 의견을 남겼다.




판단력이 미숙한 어린 나이에 성인에 준하는 수준의 처벌을 내릴 경우 범죄자 낙인효과 등 부작용이 크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소년법 개정으로 형벌을 강화하기보다 소년범을 '즉시 처분'하는 것이 범죄자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해외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에서 형사 미성년자를 14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면서 "우리 청소년들이 해외 어린이들보다 조숙하다는 연구가 없어 나이를 낮추는 것에 더 신중해야 하고 이 나이 때는 강한 처벌과 범죄의 상관관계를 인지 못해 예방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현재 소년범들이 잘못을 저지른 뒤 법정에 서기까지 6개월이 걸리는데 기다렸다 강한 처분을 받으라는 것은 경각심을 주지 못한다"면서 "오히려 소년법은 그대로 두고 소년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법정에 세우기까지 몇 주 만에 가능하도록 제도를 고치는 게 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보호를 위한 사법 기관 간 공조 시스템 강화나 교육부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부산 여중생 사건 때 경찰은 법무부가 보호관찰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가해 학생들이 보호관찰 대상인지도 파악 못 했다.

법무부 또한 보호관찰 대상자들이 재범을 저지른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등 제도적 허점을 드러냈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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