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수 세는 방식 안 돼…SW 제값 받도록 해야"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7일 원격개발 활성화 등을 통해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의 고질병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 장관은 이날 서울 중앙우체국에서 'SW 생산국 도약을 위한 "아직도 왜"' 태스크포스(TF) 제7차 회의를 주재하고 마무리 발언에서 이런 뜻을 밝혔다.
그는 "중소기업이 발주자에게 제안서를 넣었는데 발주자가 이를 돌려주지 않거나 선정하지 않는 등 '갑질'이 있다"며 이런 관행을 바꾸기 위한 대책이 많이 거론됐으나 실행이 되지 않아 '아직도 왜'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왜 젊은 사람들이 아직도 SW를 기피하느냐, (SW 개발) 현장은 왜 '월화수목금금금'이냐, 왜 아직도 (SW에 대해) 제값을 안 주느냐, 발주자 수준은 왜 여기에 머물러 있느냐"며 "결국은 (대책을 실행하는) 실행력 문제일텐데, 정말 (실행력만) 높이는 정도가 아니라 (고질적 문제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각오로 이번만큼은 해야 한다. 처절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LG CNS 임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경험을 얘기하면서 원격지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원격지 개발로) 발주를 하려면 발주자가 문서 작업과 요구사항을 명확히 해 놓지 않으면 발주 자체를 못 하므로 발주자의 역량도 굉장히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공공 SW 사업에서 '헤드카운트'(개발자 인원을 세는 것) 방식의 비용 책정이 주류를 이뤄 온 점도 비판하면서 "SW 개발은 과학적인 마음으로 창의성을 팔고 제값을 받아야 하는 일인데, 묶인 상태에서 종살이하는 데서 뭘 기대하느냐"고 말했다.
결과물의 품질을 따지는 방향으로 발주와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 SW 사업 제도 개선을 국정현안과제로 만들어 범부처 차원에서 관리토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TF는 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의 31.3%를 차지하며 규모가 연간 4조원에 이르는 공공 SW 시장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한 구상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김태열 소프트웨어산업진흥본부장은 이날 ▲ 제안요청서 요구사항 명확화 ▲ 과업 변경 및 추가 시 적정대가 지급 ▲ 원격지 개발 활성화 ▲ SW 사업 산출물 활용 촉진 등을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공공SW사업의 제안요청서 중 요구사항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빈번한 과업변경, 재작업, 사업지연, 수주기업 수익성 악화 등 사업 전반에 문제를 일으킨다며, 이를 위해 제안요청서 작성 기준을 만들어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사전 심사를 통해 발주를 불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발주기관별로 '과업변경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과업을 변경하거나 추가할 때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개발업체에 적정대가를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또 원격지 개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주기관들이 상주 요구를 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장기간 파견근무를 하게 돼 근로환경과 사업 수익성이 악화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울러 SW기업들이 개발과정에서 나온 산출물을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사업을 수주해 개발작업을 하면서 만든 산출물은 발주기관이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SW기업들은 이를 반출하지 못하도록 계약된 사례가 많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말까지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이런 방향으로 'SW 관리감독 일반기준'을 올해 내에 개정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상용 SW 활성화 방안과 SW 밸류 체인(가치 사슬)의 누수 방지책 등도 포함될 전망이다.
'아직도 왜' TF는 장기간 개선되지 않고 있는 SW산업계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근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TF로, 취임 직후 유 장관이 제안해 7월 24일 출범했다. TF 참여자는 SW 관련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업계 협회, 유관 기관, 학계 , 과기정통부·조달청·행정안전부 등 관계자 17명이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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