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캔 스피크' 이제훈 "재미를 넘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죠"

입력 2017-09-07 15:19   수정 2017-09-07 20:21

'아이 캔 스피크' 이제훈 "재미를 넘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죠"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실언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농담을 할 때도 먼저 양해를 구할 정도죠. 하하"

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제훈(33)은 영락없는 모범생이었다. 인터뷰 내내 시험지에 답을 적어나가듯 신중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제훈은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주연을 맡았다. 시도 때도 없이 민원을 넣는 나옥분 할머니(나문희)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는 9급 구청 공무원 박민재 역이다.

까칠한 성격의 원칙주의자이지만, 사실은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물이다. 옥분 할머니와 티격태격하지만, 할머니의 아픈 과거와 영어를 배우려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되면서 할머니를 도우려 발 벗고 나선다.

"기존 영화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과 고통을 정공법으로 표현했다면, 이 영화는 우회적으로 따뜻한 이야기로 시작해 아픈 사연을 어루만져주고 상기시켜주는 작품이에요. 저 역시 민재라는 캐릭터를 통해 옥분 할머니를 지지해주고 싶었습니다."

이제훈은 공교롭게도 지난 6월 개봉한 '박열'에 이어 또다시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작품에 출연했다. '일본팬들이 의식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모두 역사적 사실"이라며 "잘못된 역사를 알고 있는 분들에게 이 작품이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대한민국 배우로서 오히려 영광"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적인 재미, 희로애락을 관객에게 선사해주고 싶은 게 배우의 욕망이지만 그걸 넘어선 메시지를 남기고 싶었다. 이 작품을 본 뒤 관객들이 느끼게 될 슬픈 마음이 승화돼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전작에서 일본어 연기를 한 데 이어 이번에는 많은 영어대사를 연기했다. '영어가 유창하게 들린다'고 말하자, 이제훈은 쑥스러운 듯 얼굴이 빨개졌다.

"미국 동부 출신인 영어 선생님의 지도 덕분에 해낼 수 있었어요. 영어 대사의 뉘앙스나 억양, 악센트 등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법을 배웠죠. 또 어렸을 때부터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봐 왔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살려봤습니다."

이제훈은 대선배인 나문희와 함께 연기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전날 영화를 본 뒤 열린 간담회에서 가장 먼저 나문희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을 정도다.

"어렸을 때부터 TV에서 봐 왔던 나문희 선생님 앞에서 제가 과연 대사를 내뱉을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저를 따뜻한 웃음으로 맞아주셔서 무장해제가 된 것 같아요. 저는 연기를 할 때 대사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계획을 세우는 편이에요. 또 촬영할 때 모습과 일상에서의 모습 사이에서 간극을 두려고 하죠. 그런데 나문희 선생님은 연기가 곧 일상이더라고요. 일상이든, 연기든 모두 하나의 인생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제훈은 "좀 더 경험과 연륜이 쌓이면 나문희 선생님 같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메라 앞에 서지 않을 때 그의 일상의 모습이 궁금했다.

"민재 캐릭터와 비슷한 면이 있어요. 저는 일을 할 때 원칙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한 편이에요.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은 물론, 오늘 해내야 할 연기를 잘 해내고, 스태프와 감독에게 제 모습을 성심성의껏 보여주려는 것 등이 제 원칙이죠. 대신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 풀어지고, 아무 생각이 없어집니다. 마치 전원이 온·오프 되는 것처럼 일과 일상이 양분되는 것 같아요."

이제훈은 드라마 '시그널'(2016), 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2016), '박열'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그동안 쉴새 없이 달려왔다. 그는 "한 작품이 끝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쉬고 싶다는 마음이 크지만, 좋은 작품을 만나면 다시 끓어오른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왕성하게 연기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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