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기회 제한…부담 커져" vs "소신 지원 문화로 바뀔 것"
당초 알려진 내용보다 채용 일정 분산되자 '환영'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권영전 기자 = 정부가 46개 공공기관을 유사 그룹별로 묶어 합동채용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7일 수험생들이 몰려 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는 대체로 차분한 가운데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수험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면서 정부 발표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회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합동채용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는 사람이 많았지만 취지에는 공감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노량진 공기업 준비학원 스터디룸에서 기자와 만난 김모(24·여)씨는 "응시 기회가 너무 제한돼 시험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며 "예전 같으면 하루 시험을 망친다고 해도 다른 기회가 많아 부담이 적었지만 이제는 심리적 안전판이 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모두 시험을 앞두고 예민해져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다른 수험생 신모(28·여)씨는 "부정적인 입장이 많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공기업이라면 아무 데나 시험을 치고 붙는 대로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정말 자신이 원하는 곳의 시험을 준비하고 응시하는 문화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씨는 "다만 자기 실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소신껏 지원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눈치작전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금융계열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서모(28)씨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변화가 너무 갑작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씨는 "과도한 경쟁을 막고 비용을 줄이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시험을 불과 한두 달 남기고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계획을 미리 발표하고 1∼2년 유예기간을 줬으면 혼란도 줄이고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지적했다.
공기업·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인터넷 카페에서도 합동채용에 대한 의견이 조금씩 나왔다.
한 포털의 공기업 준비 카페 회원(아이디 '유정')은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합동채용 방식이 더 편할 수 있겠지만 많은 취업준비생들에게는 한 곳에만 모든 것을 걸기 어려울 것"이라며 "눈치게임도 치열해져 다른 곳에 지원한 사람들보다 능력이 부족한데도 붙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성격의 다른 카페 소속 회원(아이디 '얼음뽀송이')은 합동채용을 확대 시행하더라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본다"며 "회사를 어떻게 나눠 들어가느냐가 문제"라고 촌평했다.
다른 수험생들은 이날 공지된 방안이 앞서 알려졌던 계획안과 견줘 조금이나마 분산됐다며 안도하기도 했다.
기존에 알려진 계획안에서는 11월 4일 하루에만 20개 기업이 동시 시험을 치르도록 돼 있었으나, 이날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방안에서는 11월 4일과 11일, 18일로 일부 분산됐다.
아이디 '전기12'를 쓰는 취업준비생은 "20개 기업 동시에 11월 4일은 좀 아니었는데 다행히 분산됐다"는 반응을 보였고, 아이디 '호도맘'은 "여러 곳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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