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재판서 증언…"朴이 건전콘텐츠 직접 언급했는지는 기억 안 나"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김종덕(60)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잘 챙겨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박근혜(65)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은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7일 박 전 대통령의 속행공판을 열고 김 전 장관을 증인으로 소환해 신문했다. 김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 전 장관은 2015년 1월 9일 정호성 당시 대통령 부속비서관의 연락을 받고 김 종 문체부 2차관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 나라가 어떻게 만들어진 나라인데'라며 관리를 잘 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던 것이 사실인가"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또 같은 해 1월 11일 서울 한 호텔에서 김상률 당시 대통령 교육문화수석을 만났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김 전 장관의 수첩 내용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건전콘텐츠를 철저하게 하라고 지시한 (김 전 수석의) 전달사항을 기재한 것인가"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정권이 블랙리스트 관리를 '건전콘텐츠 활성화'로 포장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청와대에서 블랙리스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기 위해 만든 팀이 '건전콘텐츠 활성화 태스크포스(TF)'였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은 "(문화계 지원배제 관련 지시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박 전 대통령이 증인을 호출해서 '철저히 이행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수석이 비슷한 취지의 말을 이틀 사이에 반복한 이유와 관련해선 "대통령의 생각을 알 수는 없지만, (건전콘텐츠를) 잘 챙겨보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전 장관은 검찰 신문 과정에서 '건전콘텐츠'라는 말을 직접 박 전 대통령으로 들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대통령이 전반적으로 '건전콘텐츠'와 관련된 얘기들을 해서 내가 (건전콘텐츠라는 말을 들었다고) 검찰 조사 때 대답했던 것 같다"며 "그 부분은 (실제 박 전 대통령이 언급했는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블랙리스트'라는 용어를 청와대나 문체부 내에서 들어본 바가 없으며 자신은 문화계 지원배제를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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