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9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자살예방의 날'이다. WHO는 전 세계에서 한해 80만 명의 자살자가 발생하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자살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03년부터 '자살예방의 날'을 정해 각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자살자 유가족의 어려움을 돌아보고 자살예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8일 서울에서 기념식을 연다고 한다.
2015년 현재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6.5명으로 2003년 이후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한 해 동안 하루 평균 37명꼴인 1만3천51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이 해 한국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평균(10만 명당 12명)은 말할 것도 없고 2위인 일본(18.7명)보다도 눈에 띄게 높았다.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제정된 후 국내 자살률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여전히 '자살공화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자살은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살자 본인이 생명을 버리는 순간 가족 등 주변인 5∼10명도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당국이 올해 자살 유가족 실태조사를 처음 해본 결과, 72명의 응답자는 우울·의욕 저하(75%), 불면(69%), 불안(65%), 분노(64%), 집중력·기억력 저하(60%) 등에 시달리고 있었다. 응답자의 11%는 정신건강 문제로 입원치료를 했고, 43%는 자살을 심각히 생각해 봤으며, 13%는 실제로 자살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실을 생각할 때 정부가 정신건강과 자살예방을 '100대 국정과제'의 실천과제로 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20명으로 자살률을 낮춘다는 목표 아래 종합대책 시행에 착수했다. 그런데 정부의 자살예방 업무를 맡은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에는 현재 담당 인력이 2명뿐이라고 한다. 내년 중 복지부에 자살예방과를 신설하고 나중에는 정신건강국으로 확대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하지만 전담 과가 생기기 전에는 이 인력 갖고 무슨 종합대책을 추진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내년 자살예방 예산도 고작 105억5천만 원으로 올해보다 6.2%(6억2천만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예산이 작년보다 16.5% 증액된 것을 생각하면 정부의 정책 의지가 그리 강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복지부·노동부·국방부·소방방재청 등 관련 정부기관을 망라하는 기구를 대통령이나 총리 직속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안의 심각성을 생각할 때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여야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갈수록 격심해지는 사회 각 분야의 경쟁과 소득 양극화, 장시간 근로, 후진적인 휴식문화 등 우리 정신건강에 해악을 미치는 고질적 요인들에 대해서도 당국과 전문가 집단이 손을 잡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