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의사 피터 괴체의 '위험한 제약회사'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거대한 제약회사의 이면을 겨냥하는 책들의 행렬에 두툼한 책 한 권이 추가됐다.
피터 괴체(68)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가 쓴 신간 '위험한 제약회사'(공존 펴냄)는 "우리가 먹는 약이 엄청난 규모로 우리를 죽인다"고 단언한다.
책을 살펴보기에 앞서, 저자 이력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생물학과 화학을 전공한 괴체는 8년간 제약회사 아스트라에서 의약품 영업, 제품 관리, 의학부 책임자로 활동했다. 이후 코펜하겐대 의대를 졸업, 내과 전문의가 됐다.
그는 1993년 비영리 의학전문가 그룹이자 근거중심의학(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얻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학적인 판단을 하는 것) 중심지인 코크란연합을 세웠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약회사들의 조직적인 범죄행위, 어떻게 환자뿐 아니라 의사들까지 속여 유해하거나 불필요한 약을 팔아 돈을 챙기는지 그 사례들을 나열한다.
약으로 많은 이가 알게 모르게 목숨을 잃는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그 원인으로 느슨한 의약품 규제, 과잉 의료, 다중약물요법, 약의 위해성을 알기에는 빈약한 지식, 약품설명서 속 수천개에 달하는 경고 등을 꼽는다. "항공기 조종석에 조종사가 마음대로 누를 수 있는 조그만 버튼이 수천 개 있다고 상상해보라. 게다가 이 버튼들은 동시에 여러 개를 누르면 예측 불가능한 식으로 상호 작용을 일으킨다. 여러가지 약을 한꺼번에 먹는 환자에게 일어나는 일이 이와 유사하다."
책은 '탈의료화'를 해결책으로 꼽는다.
정말로 필요한 약은 얼마나 되고,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를 따져본 뒤 영리 추구가 아닌 '필요 중심'의 신약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잘 쓰면 약(藥)이지만 잘못 쓰면 독(毒)'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원제 Deadly Medicines and Organised Crime: How Big Pharma Has Corrupted Healthcare.
윤소하 옮김. 589쪽. 2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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