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더 글라스 캐슬·소녀들

입력 2017-09-08 07:31  

[신간] 더 글라스 캐슬·소녀들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 더 글라스 캐슬 = 저넷 월스. 최세희 옮김.

강렬하고 특별한 가정사를 담은 어느 칼럼니스트의 적나라한 인생 회고록이다.

에스콰이어, USA투데이, 뉴욕매거진 등에 글을 쓰는 뉴욕의 성공한 칼럼니스트 저넷 월스. 어느날 택시로 파티장에 가던 그녀는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선 누가 알아볼까 두려워 파크애버뉴의 집으로 도망친다. 며칠 뒤 식당에 만난 엄마에게 쓰레기 뒤지는 걸 보고 너무 부끄러워서 숨었다고 고백하자, "그런 게 네 아빠와 나야. 받아들여"라는 답이 돌아온다.

창의적이지만 극단적으로 자유롭고 무책임한 괴짜 아빠, 엄마를 둔 덕에 월스가 4남매는 사막, 탄광촌, 트레일러 파크를 전전하며 가난하고 기이한 삶을 살며 자란다. 아빠는 다재다능하지만 끈기 없는 알콜 중독자였고, 엄마는 요리보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대책없는 아마추어 예술가였다. 월스 부부는 자녀를 사랑했지만 사회통념과는 거리가 멀었다. 4남매는 열일곱 살이 되자 저마다 뉴욕으로 탈출해 제 살 길을 찾아간다. 그 뒤로도 뉴욕에서 재회한 월스가의 극적인 가족사는 이어진다.

월스는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몇년 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꼭꼭 숨겨왔던 자신의 성장담을 세상에 공개했다. 책은 고난에 찬 월스 자신과 가족의 삶을 미화하지도 동정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그려낸다. 글라스 캐슬(유리성)은 언젠가 월스 아빠가 가족들을 위해 설계했던, '우라지게' 멋지지만 짓지 못한 집이다.

북하우스. 456쪽. 1만5천원.





▲ 소녀들: K-pop 스크린 광장 = 조혜영 엮음.

한국 사회와 문화의 강렬한 코드로 자리잡은 '소녀'를 분석 대상으로 삼는 소녀학 연구서다.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10명의 저자가 학술논문, 문화비평, 편지, 페미니즘 보고서 등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K팝 스타에서부터 촛불소녀에 이르는 소녀성(girlhood)의 역사와 문화적, 사회적, 정치경제적 배경을 파헤친다.

김은하는 '소녀란 무엇인가'란 글을 통해 소녀의 근대적 개념사를 정리한다. 손희정은 '베이로션을 입은 여자들: 설리, 아이유, 로리콤'에서 소녀성과 결부된 롤리타 콜플렉스를 분석한다. 류진희는 '걸그룹 시대와 K-엔터테인먼트'에서 걸그룹 기획사의 맹목적인 이윤 추구를 지적한다.

듀나는 '퀴어 소녀: 소녀에겐 미래가 필요하다"를 통해 한국영화에 드러난 여성 동성애를 분석하고, 심혜경은 '김새론: 뉴-걸 혹은 새론-소녀'에서 아역배우론를 전개한다.

소녀성의 특징은 양가적이고 분열적인 것으로 규정한다. 모든 것을 욕망하고 스타일을 소비하는 자율적 주체인 동시에 끊임 없이 이미지를 착취당하고 성적으로 대상화되는 객체기 때문이다. 소녀는 동경과 경배의 대상이면서 통제와 경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저자들은 이러한 소녀학이 첨예하고 뜨거운 페미니즘의 최전선에 있다고 본다.

"소녀를 논한다는 것은 한 한 성별의 생애주기의 특정 단계를 자연적으로 묘사하고 법적으로 정의하는 것을 넘어, 지금 이 시대의 미디어 문화가 연령, 성병, 섹슈얼리티와 관련해 어디에 욕망을 투자하고 누구를 타자화하는지를 지표화하는 페미니스트 작업이 된다."

여이연. 280쪽. 1만7천원.







▲ 한국의 판타지 백과사전 = 도현신 지음.

한국형 판타지 세계관 정립을 목표로 고전 문헌, 민담, 전설 등에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추려서 엮은 책.

'어우야담', '천예록', '파수록', '금계필담', '청구야담' 같은 야담집에서 발췌하거나, 민속학자들이 전국 각지를 돌며 시골 노인들로부터 수록한 다채로운 민담과 전설을 수북이 담았다.

호랑이한테 잡아먹힌 영혼이 호랑이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다른 사람들을 호랑이한테 잡아먹히게 만드는 창귀라는 귀신 이야기, 여인들만 사는 동해의 섬나라, 황해도의 거인족 우와 을 등 못 보던 이야기도 눈에 띈다.

120가지 이야기를 신비한 보물, 신비한 장소, 영웅, 악당, 예언자와 예언, 기상이변과 자연재해, 신(神), 괴물과 요괴, 귀신, 도깨비, 사후 세계와 환생, UFO와 외계인, 신선과 도사, 이인(異人) 등 13가지로 분류했다.

저자는 "우리네 정서가 녹아 있는 이른바 '한국적 판타지'에 대한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 책이 한국적 판타지 세계를 창조하려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생각비행. 400쪽. 1만8천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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