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엄숙한 클래식 공연이나 집중해서 보는 영화 관람 도중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거나 뛰어다니는 행위는 금기사항이다.
언제부턴가 '어린이 동반금지'는 공연 에티켓이 됐고 젊은 엄마나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문화 혜택에서 소외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최근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대접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부산에서 영유아 동반을 권장하는 역발상 문화행사가 잇따라 열려 눈길을 끈다.
부산 영화의전당은 이달부터 올 연말까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맘앤키즈 시네마'를 운영한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4일 첫 상영을 시작한 맘앤키즈 시네마는 11일 '살인자의 기억법', 18일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25일 '아이 캔 스피크' 등 최신작을 연속 상영한다.
맘엔키즈 시네마는 동반한 아이들이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않도록 상영관 조도를 높이고 음향을 줄여 영화를 상영한다.
관람에 나선 부모들이 어린 자녀와 함께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이들이 울거나 시끄럽게 굴어도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달래며 관람할 수 있도록 전체 관람 분위기를 만들어 육아로 인해 쉽게 영화관을 찾을 수 없었던 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클래식 공연에서도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낯설지 않게 들린다.
부산시는 지난달 31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영유아 동반 클래식 공연 '키즈 웰컴 콘서트'를 열었다.
이 공연은 태교가 필요한 임산부나 아이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자 하는 엄마들을 대상으로 했다.
영유아와 함께 자유롭게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거나 주위 눈치 볼 필요 없이 편안한 상태에서 태교를 하고자 하는 젊은 엄마들이 주요 관람객이다.
부산시는 공연 활성화를 위해 입장료에서도 '드러내놓고' 차별화했다.
일반 관람객 입장료는 1만원이지만 영유아를 동반하는 부모나 다자녀 부모, 임산부 등은 90% 할인해 1천원만 내도록 했다.
출산을 장려하고 육아에 지친 젊은 엄마들을 위한 파격적인 가격 책정이라고 부산시는 설명했다.
공연 콘셉트는 '저출산 시대, 태어난 게 예술이니 날 말리지 마'로 정했다.
관람 주의사항에 우는 아이에게 눈치를 주거나 혼을 내면 환불 없이 바로 퇴장당할 수도 있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 결과 처음 시도한 이번 공연은 젊은 엄마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추가 공연 문의가 이어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키즈웰컴 콘서트는 젊은 엄마들의 인터넷 모임인 '맘카페' 회원과의 간담회에서 처음 건의돼 전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며 "앞으로 부산만의 특별한 문화콘텐츠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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