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없던 일'로…자구안이 관건

입력 2017-09-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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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슈]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없던 일'로…자구안이 관건

6개월 동안 지역사회·정치권 해외매각 반대 한목소리

박삼구 회장 진정성·책임감 요구도

(광주=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 금호타이어를 중국계 업체에 매각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금호타이어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난 3월 중국계 업체 더블스타와 SPA(주식매매계약)를 체결하면서 지역경제계와 정치권 등에 한바탕 회오리를 몰고 온 지 6개월 만에 채권단의 해외매각 방침이 '없던 일'로 되면서 금호타이어의 향배가 불투명해졌다.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해 금호타이어가 박 회장 품으로 돌아갈 여지가 남은 가운데 박 회장이 회사를 인수할 진정성 있고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유동성 위기로 워크아웃…중국 매각 추진 6개월 만에 무산

지역기업인 금호타이어는 기업인수합병으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불안한 여정'을 거쳤다.

금호타이어는 2006년 내부유보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회사채까지 발행해 대우건설 지분을 인수하고, 미국, 중국, 베트남 등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차입금이 급격히 늘었다.

2009년 하반기부터 세계 금융위기가 시작되고 국제유가 인상, 세계 자동차 수요 감소 등으로 수출물량이 급감하며 회사가 기울기 시작했다.

이에 금호타이어는 2009년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2010년 워크아웃을 개시했다. 7년만인 지난 3월 매각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과 금호 측은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권청구권, 상표권계약 등 매각 조건과 자격 등을 놓고 다툼을 벌였고 결국 SPA를 체결한 더블스타로 금호타이어가 넘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달 발표된 금호타이어의 상반기 실적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더블스타 매각에 빨간불이 켜졌다.

채권단과 더블스타는 협상 기간 중 금호타이어의 영업 실적이 나빠질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했는데 회사가 상반기에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는 계약 해지 대신 매각가격 인하하는 쪽으로 협상을 재개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의 요구대로 매각가격을 기존 9천500억원에서 8천억원으로 깎아주되 대신 5년간 구조조정 금지 등을 요구했지만 더블스타는 3분기에 금호타이어 실적이 악화하면 인하된 매매가격에서 800억원을 더 인하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고 추가 요구하면서 최근 협상이 결렬되고 매각도 사실상 무산됐다.



◇ "광주·전남 시도민이 금호타이어 중국 매각 막았다"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이 중단된 것은 '경제논리'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정치논리'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주요 정당, 국회의원, 지역경제계·시민단체·정치권 등이 해외매각을 우려하거나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하루가 멀다고 성명과 기자회견이 이어지는 등 지역에서는 금호타이어 해외매각을 막으려고 '화력'이 총동원됐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금호타이어 매각은 단순히 금액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호남경제도 지켜야 한다. 쌍용자동차의 고통과 슬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후 지역에서는 '관치(官治) 금융' 차원이 아닌 '갈등 조정자'로서 청와대와 정부가 금호타이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상 청와대와 정부가 나서서 채권단을 압박해 해외매각을 중단시켜달라는 것이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금호타이어의 해외매각이 무산된 후 페이스북을 통해 "금호타이어가 제2의 쌍용차로 갈 위기를 광주·전남 시도민의 단호한 의지로 막아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금호타이어는 2만5천여 명의 삶이 걸린 일터이며 광주·전남 경제의 동맥과도 같은 성장엔진이고 지역민의 자존심"이라며 "매각 결렬을 계기로 광주·전남도 살고, 금호도 살고, 노동자도 살고, 국익도 사는 해법을 만드는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 '박삼구 품으로?' 자구안이 관건…"이젠 지역 정서 기댄 정치논리 아닌 경제논리로"

채권단은 해외매각이 무산되자 사실상 박삼구 회장에게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내놓도록 요구했다.

박 회장은 자구안 제출 계획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하겠다. 어떤 방안이 회사에 도움이 될지 성의 있게 강구하겠다"며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밝혔다.

이와 관련,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박 회장에게는 호재로 평가된다.

하지만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악화와 기업가치 하락, 중국 사업 부진 등으로 추락한 기업 경쟁력을 회복할 실질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채권단은 자구안을 내놓지 못하거나 제출된 안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박 회장을 비롯한 금호타이어 경영진에 대한 해임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자구안이 금호타이어 향배를 결정할 변수로 떠올랐다.

박삼구 회장에게 공이 넘어간 것이다.

지역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진정성 있고 예측 가능한 안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도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박삼구 회장에게 기회가 다시 주어진 만큼 진정성 있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지역 정서에 기댄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금호타이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shch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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