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기각에 검찰 "납득 못해" 비판…법원 "심히 유감" 반박(종합)

입력 2017-09-08 16:55   수정 2017-09-08 20:38

영장 기각에 검찰 "납득 못해" 비판…법원 "심히 유감" 반박(종합)

'댓글 사건' 영장 잇따라 기각되자 이례적 '서울중앙지검 입장' 발표

검찰 "영장판사 바뀌고 이전과 판단기준 달라져…사법불신 초래 우려"

법원 "매우 부적절…다른 사건에 영향 주려는 '저의'로 오인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황재하 기자 = 검찰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주요 수사의 피의자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최근 잇따라 기각된 데 대해 8일 검찰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면으로 반발하자 법원은 '도를 넘어서는 입장 표명'이라며 매우 부적절하고 심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영장을 둘러싸고 양 기관의 해묵은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이날 새벽 법원은 국가정보원의 '댓글 공작'에 관여한 국정원 퇴직자모임 전·현직 간부 2명, 유력인사들의 청탁을 받고 직원을 부정 채용한 의혹을 받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임원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새벽에 즉각 간단한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명의로 '입장' 문건을 내놓고 영장 청구가 기각된 이전 사례들까지 언급하며 날 선 어조로 법원을 정면 비판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중앙지검은 8일 오전 '국정농단 사건 등에 대한 일련의 영장 기각 등과 관련된 서울중앙지검의 입장'을 내고 "그동안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감내해 왔으나, 최근 일련의 구속영장 기각은 이전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차이가 많은 것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최근 이어진 영장 기각 결정을 비판했다.

검찰은 입장문에서 "지난 2월 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주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국민 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장이 기각된 주요 피의자로는 우병우, 정유라, 이영선, '국정원 댓글' 관련자, 한국항공우주(KAI) 관련자 등을 들었다.

검찰은 "심지어 공판에 출석하는 특별검사에 대해 수십 명의 경찰이 경호 중임에도 달려들어 폭력을 행사한 사람의 구속영장은 물론 통신영장, 계좌영장까지 기각해 공범 추적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일반적인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대단히 다른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등과 관련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검찰의 사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국민들 사이에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어 결국 사법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될까 우려된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검찰은 영장전담 판사들의 이러한 입장에 굴하지 아니하고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등과 관련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현재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엄정하고 철저하게 계속 수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서울중앙지법에서 검찰 의견 발표 후 약 4시간 만에 '서울중앙지검의 영장 기각 관련 입장 표명에 대한 형사공보관실의 의견'을 내 반박 입장을 개진했다.

법원은 의견을 통해 "개별 사안에서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 등 구속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수사의 필요성만 앞세워 구속영장이 발부돼야 한다는 논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영장전담 법관이 바뀌어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나 결과가 달라졌다는 등의 발언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별 사건에서 영장재판 결과에 불만이 있다는 이유로 불필요하거나 도를 넘어서는 비난과 억측이 섞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매우 부적절하다"며 "특히 금번과 같은 부적절한 의견 표명은 향후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포함된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밝혀 둔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법관은 형사소송법 제198조에 정한 불구속 수사의 원칙 및 제70조에 정한 구속 사유에 따라 개별 사안의 기록을 검토하고 영장실질심사 재판을 거쳐 공정하면서도 신중하게 구속영장 재판을 수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법원과 검찰은 영장 발부·기각이나 선고 결과를 놓고 종종 갈등·대립 양상을 보여왔다.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에는 윤석열 현 중앙지검장이 속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당시 박영수 부장)가 론스타 사건과 관련해 청구한 체포영장·구속영장 등 3건이 모조리 기각되자 반발한 바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인분을 들이붓는 격"이라는 비난을 내놓았고, 수사팀은 기각된 영장을 한 글자도 고치지 않고 재청구하기도 했다.

이 전 대법원장이 형사재판의 '공판중심주의'와 민사재판의 '구술변론주의'를 강조하면서 "검찰 수사기록을 던져버려라"라고 발언하자 당시 정상명 검찰총장은 지역 검찰청을 순시하는 일정 중 "이 뭐꼬?"라는 화두를 던지는 등 불편한 감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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