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위기 한중대…벼랑 끝 몰린 재학생들 "더 배우고 싶어요"

입력 2017-09-0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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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위기 한중대…벼랑 끝 몰린 재학생들 "더 배우고 싶어요"

"언제 문 닫을지 몰라" 불안감 안고 수업…공립화·학습권 보장 촉구




(동해=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한중대에서 공부하고 싶습니다. 저희가 뭘 잘못했습니까. 학습권을 보장해주세요."

가을을 알리는 비가 부슬부슬 내린 지난 6일 오후 춘천 강원도청 앞 소공원은 대학생 500여명으로 가득 찼다.

한중대 학생들이었다. 학생 중에는 뒤늦게 배움의 즐거움을 느낀 만학도들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해야 할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펜 대신 피켓을 든 학생들은 하나둘씩 앞에 나와 마이크를 들고 "아직 더 배우고 싶다"며 폐교위기에 놓인 학교를 살려달라고 외쳤다.

한중대 학생들이 한자리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한중대 공립화와 학습권 보장을 외치는 목소리에서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학생들이 손에 든 피켓에는 '우리의 꿈을 지켜주세요', '한중대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저희는 아직 더 배우고 싶습니다', '학업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등 어느 때보다 공부하기를 희망하는 소망이 빼곡히 적혔다.

학생들은 오락가락 내리는 비를 피켓으로 막으며 도청을 향한 외침을 멈추지 않았다.




빗방울에 아랑곳하지 않고 굳게 닫힌 도청 정문 앞에서 피켓을 든 채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한 학생은 "우리 잘못한 거 없잖아요. 왜 잘못한 사람처럼 기죽어서 비 맞고 있어요. 공부하려고 학교에 왔는데 우리가 뭘 잘못했습니까"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다른 학생은 "한중대가 이제와서 강원도에 생떼를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최문순 지사가 공립화를 조건으로 요구한 사항을 갖은 노력을 다해서 이행한 후 찾아갔으나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60대 만학도 역시 "한중대 구성원들과 동해 시민들이 학교를 살리고자 노력하는데 도지사가 귀를 막고 구성원들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며 "한중대를 꼭 살려내서 학습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중대는 지난달 교육부로부터 폐쇄명령 행정예고를 받아 폐쇄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로서는 '공립화'만이 학교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다.

공립화를 위해서는 도지사의 인수의향서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필요하다. 제출만 된다면 폐교 절차는 잠정 유보된다.

하지만 공립화를 위한 발걸음은 더디고 무겁다.

9일 한중대 총학생연합회와 공립화추진범시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첫 면담에서는 최 지사가 공립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후 세 차례의 면담에서는 요구사항만을 늘려갔다.

공립화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결국 학생들이 공립화 약속을 지키고 학습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날도 최 지사와 면담을 갖고 조만간 도 관계자들과 교육부에 방문한 뒤 다시 면담하기로 했으나 학생들이 원했던 시원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학생들은 현재 언제 학교가 문을 닫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은 채 수업을 듣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글을 올리며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공립화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학생들이 언제쯤 다시 걱정 없이 책상에 앉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교육부는 특별편입을 목표로 두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특별편입 시 타 대학에서 한중대 교과과정과 실습시간을 인정해주는 부분이 불분명해 1년 이상 학교를 더 다녀야 할수도 있고, 동일 학과가 아닌 유사학과로 편입은 거부감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손민석 총학생회장은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알고 있지만 학생들은 지금껏 열심히 공부해왔고, 한중대에서 자신의 꿈을 실현해나가길 원한다"며 "반드시 공립화가 이뤄져 학습권을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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