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협박 목숨 끊게 한 10대에 이례적 실형 선고

입력 2017-09-10 07:33  

장애인 협박 목숨 끊게 한 10대에 이례적 실형 선고

재판부 "참담한 결과에 책임"…보호처분 아닌 징역형 선택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이른바 '조건만남'을 빌미로 지적 장애인에게 상습적으로 돈을 갈취한 10대에게 공갈죄로는 이례적으로 실형이 선고됐다.

갈취를 견디지 못한 장애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재판부는 "참담한 결과에 책임이 있다"며 보호처분이 아닌 징역형을 선택했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A(18·무직)군은 지난해 10월 의정부 시내 한 모텔 앞에서 친형 B(21)씨와 함께 C(18·고 2년)양의 연락을 기다렸다.

B씨의 여자친구인 C양은 모바일 채팅으로 알게 된 D(24)씨와 모텔에 들어갔으며 돈을 뺏기 쉬운 남성이면 객실 번호와 함께 '1번'을, 어려워 보이면 '2번'을 휴대전화 메시지로 보내기로 했다.

D씨는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 3급이었다.






A군 형제는 휴대전화에 '1번'이 찍히자 모텔에서 나오는 D씨를 붙잡아 욕설과 함께 "미성년자를 건드렸다"고 협박, 직불카드를 빼앗은 뒤 두 차례에 걸쳐 530만원을 인출했다.

A군은 형이 군대 간 뒤에서도 D씨를 협박해 50만원을 송금받는 등 석 달간 7차례에 걸쳐 모두 2천50만원을 빼앗았다.

자폐성 장애까지 있던 D씨는 A군의 지속적인 갈취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군 형제는 C양을 이용해 다수의 남성에게 같은 수법으로 돈을 빼앗아 생활비와 유흥비, 도박비 등으로 사용했으며 일부는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D씨의 사망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은행계좌에서 지속해 돈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해 A군 형제와 C양을 검거했다.

이들은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A군에게는 1천만원 상당의 불법 인터넷 도박을 한 혐의도 추가됐다.

의정부지법 형사1단독 정성민 판사는 공갈 등의 혐의로 기소된 A군에게 징역 장기 3년 6월·단기 2년 6월과 벌금 1천만원을, 형 B씨에게는 징역 4년을 각각 선고했다.

C양에게는 소년보호처분 가운데 가장 중한 장기 소년원 처분을 내렸다.

소년범은 성인과 달리 단기·장기형을 병기하는 부정기형을 선고하며 단기형을 채우면 교정 당국 평가에 따라 조기 출소할 수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숨진 D씨는 발견 당시 발이 땅에 닿아 무릎까지 굽혀진 상태에서 목을 매 있었는데 다리에 조금만 힘을 주면 생명을 잃지 않았을 것인데도 지속적인 협박과 갈취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 가운데 A군은 소년법을 적용받는 범죄소년이지만 참담한 결과에 책임이 있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점, 미성년자인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덧붙였다.

소년법은 만 19세 미만에게 적용되며 만 14세 미만은 '촉법소년', 만 14세 이상은 '범죄소년'으로 분류한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실형 등의 처벌을 받지 않고 대부분 훈방 조처되거나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만 받는다.

보호처분은 1∼10호가 있는데 1호인 사회봉사부터 C양과 같은 소년원 처분인 10호까지 있다.

범죄소년은 형사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최대 형벌수위가 20년으로 제한되고 성인과 달리 감형도 받을 수 있다.

k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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