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들에 "소관업무, 수중에 완전히 장악해야"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못 한 류영진 식약처장을 공개 질책한 데 이어 이번에는 남재철 기상청장과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에 대해 엄중히 경고했다.
'내각의 조정자'로서 주요 기관장들에게 또 한번 '쓴소리'를 하고 나선 것이다.
이 총리는 8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당일 2차로 발생한 함몰지진을 이틀 뒤에 발표한 것과 관련해 "미숙한 대응과 기관 간 혼선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며 양 기관장에게 엄중히 경고했다.
이 총리는 앞서 지난달 17일 현안조정회의에서는 류영진 식약처장에게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해 꼬치꼬치 질문을 던졌고, 류 처장이 잘 대답하지 못하자 "이런 질문은 국민이 할 수도 있고 브리핑에서 나올 수도 있는데 제대로 답변 못 할 거면 브리핑을 하지 말라"고 직설적 화법으로 질책했다.
이 총리는 또 지난달 18일 '제2차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를 주재하면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의 보고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따끔하게 질책했다.
당시 이 총리는 "오늘 회의를 위해 몇 번 사전보고를 받았지만,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의문을 다 풀어주지는 못하는 그런 보고였다"고 지적했다. 당일 회의에는 행안부 심보균 차관이 참석했다.
이 총리는 이처럼 '잘못'이나 '과오'가 드러날 경우 가차 없이 질책함과 동시에 예방적 차원에서 평소 공직자의 바람직한 자세도 강조하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달 24일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서 "공직자는 국방·근로·교육·납세라는 4대 의무 외에 '설명의 의무'라는 것이 있다. 그걸 충실히 못 하면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농담조로 "이러다가 자꾸 잔소리쟁이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총리가 책임총리 돼야 하는 것처럼 장관도 책임장관이 돼야 하고, 모든 부처의 장들이 책임부처장이 돼야 한다"며 "그때의 책임은 소관업무를 완전히 수중에 장악,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걸 어린아이를 포함해 국민에 완전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불충분할 때는 언론 앞에 나서지 마라. 이것이 저의 주문"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 총리는 '사드배치'와 관련해서는 국방부·행안부·환경부 장관에게 합동브리핑을 열어 사드 반입 배경과 진행경과, 후속조치에 대해 소상히 국민께 설명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취임 100일을 갓 넘긴 이 총리는 21년간의 기자생활과 4선 국회의원을 거쳐 전남도지사를 역임한 뒤 총리에 올랐다.
이런 경력 덕분에 이 총리는 사안에 따라 '실무자' 수준으로 잘 아는 분야가 있고, 국무회의·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총리실 간부회의 등 각종 회의에서는 날카로운 질문을 많이 던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총리의 잇따른 쓴소리를 놓고 일각에서는 새 정부 국무위원들과 기관장의 '군기를 잡는다'는 말도 나온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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