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230년 바티칸박물관 특별전, 개막 미사로 '팡파르'(종합)

입력 2017-09-10 00:35  

한국천주교 230년 바티칸박물관 특별전, 개막 미사로 '팡파르'(종합)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 11월17일까지 대장정

개막식에 한국천주교 주교단·교황청 고위 관계자·정관계 인사 대거 참석

(바티칸시티=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한국 천주교 230여 년의 역사를 조명하는 바티칸 박물관 특별 기획전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이 개막 미사를 신호탄으로 2개월 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9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개막 미사를 집전, 전시회의 시작을 알렸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주최, 서울시와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이 지원, 서울역사박물관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특별전에서는 한국 천주교회 230여 년 역사를 집대성한 천주교 유물 187점이 전시된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바티칸 박물관에서 한국 관련 전시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여진 품목 중에는 1790년에 베이징 교구의 구베이 주교가 "단 한 명의 선교사도 들어가지 않은 조선에서 특별한 방식으로 천주교가 전파되고 있으며, 평신도들이 사제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는 내용을 적어 교황청 포교성 장관에게 보낸 서한,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체포를 계기로 일어난 병오박해(丙午·1846년)를 목격한 증언자들이 순교자 16인에 대해 증언한 내용이 담긴 '기해병오 치명 증언록'(1873년 이전) 등 진기한 유물들이 포함됐다.

한복을 차려입고 단아하게 머리를 틀어 올린 한국적 성모의 모습을 그린 장우성 화백의 '한국의 성모자'(1949), 안중근 의사가 사형 집행 전 뤼순감옥에서 하늘에 대한 경외심을 붓글씨로 표현한 '경천'(敬天) 등도 전 세계 관람객을 만난다.




개막식은 1831년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이 조선대목구 설정 소칙서를 반포한 상징적인 날에 맞춰 일정이 정해졌다.

염수정 추기경은 강론에서 "한국 땅에 교구 제도가 설정된 뜻깊은 날에 한국 천주교회 230여년 역사를 집대성한 유물들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시작하게 됐다"며 "자생적 탄생, 순교와 박해의 역사, 근현대 사회 변혁기에서 적극적인 사회 참여 등 한국 천주교회의 독특한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회는 1784년 청나라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온 유학자 이승훈이 서울 수표교 인근의 이벽의 집에서 정약전·약용 형제 등에게 세례를 주면서 처음 신앙공동체를 형성한 것으로 첫 걸음을 떼,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교사 없이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인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염 추기경은 "교회 유물 역시 한국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만큼, 교회사를 초월해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특별한 계기도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오늘날 한국 교회는 여러 박해의 시기에 생명을 바쳐서 신앙을 증언한 무수한 순교자들의 토대 위에 세워졌다"며 "자유와 믿음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의 정신을 이어 받아 우리 사회와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 민족이 참된 평화를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개막 미사에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상임위원회 주교단, 교황청 고위 관계자, 정종휴 주 교황청 대사, 김경석 전 교황청 대사 등 바티칸 주재 외교관, 로마 교민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 시장과 심재철 국회부의장,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가톨릭 신자인 박영선, 유은혜, 오제세, 나경원 의원 등 정관계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박원순 시장은 개막식 축사에서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세계 속에서 한국과 한국 천주교회가 더욱 성장하고,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개막식 테이프커팅 의식에 참여한 주세페 베르텔로 교황청 행정원장(추기경)은 "특별한 복음화 여정과 박해와 순교 등 한국 교회가 걸어온 길을 잘 보여주는 전시회를 이곳에서 볼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2014년 한국 방문에 이어 3년 만에 바티칸에서 한국 천주교 특별전이 열리는 것은 한국과 바티칸의 돈독한 우의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프란치스코 방한을 수행한 페레리코 롬바르디 전 교황청 대변인은 "신앙과 자유에 대한 절실함이 묻어나는 한국 천주교 유물에 감동을 받았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가 고조되는 현재와 같은 때에 이뤄지는 이번 전시가 세계 평화에 대한 하나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롬바르디 전 대변인은 "요즘 교황청 모든 사람들이 한반도 상황을 걱정하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개막 미사는 국악미사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한국 청년들로 구성된 국악 4중주 '사나래'가 해금, 피리, 거문고, 가야금을 이용해 미사 반주를 선사했다.

한국 다문화가정 어린이 21명이 어우러진 레인보우어린이합창단과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회 합창단은 조화로운 화음으로 성베드로 대성당을 채웠다.

한국 천주교의 선교 사명을 되새기는 뜻에서 홍콩, 대만,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15개국 청소년 대표단 44명도 개막 미사에 특별 초청됐다.

한편, 이번 특별전이 공교롭게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 국면과 맞물린 것에 주목하며 이탈리아 현지 언론도 한국 천주교 230년 역사를 보여주는 바티칸 박물관 전시회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날 언론을 상대로 열린 프리뷰 행사에는 현지 언론과 외신 등 70여개 언론사에 참여해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탈리아 가톨릭 신문 아베니레의 로베르토 자니니 기자는 "전시물을 꼼꼼히 살펴보니 한국 천주교의 역사는 초창기부터 자유와 민주를 찾는 여정인 것으로 느껴졌다"며 "주최측이 한국 가톨릭 역사를 통해 한국의 근현대 역사를 짐작할 수 있게끔 유물과 설명을 사려 깊게 배치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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