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배려" 주장 강화 속 강력한 처벌로 기념물 보호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 정부가 강력한 법 집행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호주 대륙을 처음 발견한' 제임스 쿡 선장의 동상 지키기에 나섰다.
호주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식민지 시대 해석을 둘러싼 '역사전쟁'이 격화하면서 쿡 선장을 비롯한 식민지 시대 역사적 인물들의 동상에 대한 훼손 행위가 발생한 뒤 나왔다.
호주 정부는 국가유산위원회(Heritage Council)에 100년 이상 된 쿡 선장의 동상들을 국가 지정 유산목록에 올리도록 요청했다고 호주 언론들이 11일 보도했다.
국가유산을 고의로 훼손할 경우 최대 징역 7년과 벌금 8만8천 호주달러(8천만원)의 엄벌에 처해지는 만큼 강력한 처벌로 훼손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뜻이다.
쿡 선장은 유럽인으로서는 처음으로 1770년 호주에 발을 디딘 것으로 인정되면서 호주 내 곳곳에는 그의 동상이 들어서 있다.
호주 정부는 쿡 선장 이외에도 다른 탐험가들이나 정착자들, 원주민 인물들의 동상들도 유산목록 등재를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달 26일 시드니 중심부의 하이드 파크에 서 있는 쿡 선장을 비롯해 초기 식민지 시절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초대 총독 래클런 맥쿼리(1762-1824), 빅토리아 여왕(1819~1901년) 동상은 낙서로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동상에는 페인트 스프레이로 "날짜를 바꿔라"라거나 "집단학살에 자부심은 없다"란 글이 쓰였다.
호주는 영국함대가 호주 대륙에 처음 도착한 1788년 1월 26일을 기려, 매년 이날을 사실상의 건국일인 '호주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에서는 '호주의 날'은 원주민들에게는 침략을 당한 애도일일 뿐이라며 원주민들과의 화해나 사회 통합을 위해 날짜를 바꿀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 주장에 대한 호응으로 일부 소규모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호주의 날'을 기념일에서 제외하기로 했으며 급기야 역사 기념물 훼손 행위로까지 악화했다.
맬컴 턴불 총리는 동상 훼손 행위에 대해 "스탈린이 하던 짓"이라고 맹비난하면서 호주 역사가 공공기물 파괴 행위로 인해 다시 쓰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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