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겸 코치' 모중경 "제자들 잘하면 보람·자극 동시에"

입력 2017-09-12 05:22  

'선수 겸 코치' 모중경 "제자들 잘하면 보람·자극 동시에"

김경태·서형석 등 프로 선수들 가르치면서 선수생활



(인천=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이달 초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서형석(20)은 우승 상금을 어디에 쓰고 싶으냐는 질문에 골프 스승의 이름을 꺼냈다.

서형석은 "아버지가 스승이신 모중경 프로께 내가 우승하면 차를 사주기로 약속하셨다"며 "아버지와 얘기해서 차를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했다.

지난 주말 티업·지스윙 메가오픈 대회가 열린 인천 드림파크 컨트리클럽에서 만난 모중경은 제자의 기특한 '공약'에 "걔는 왜 바보같이 그 자리에서 빼도 박도 못하게 그런 소리를 해 가지고……"라며 허허 웃었다.

모중경(46)을 '스승'으로 부르는 선수는 서형석만이 아니다.

코리안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두 차례씩 상금왕에 오른 김경태(31)를 비롯해 이동민(32), 박은신(27), 박배종(32) 등이 그의 제자다.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일찌감치 선수생활은 접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모중경은 여전히 현역 선수다.

일본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김경태를 제외하고는 제자들과 나란히 코리안투어 대회에 출전한다. 말하자면 '플레잉 코치'인 셈인데 경기장에서는 제자가 경쟁자가 된다는 것이 다른 종목의 '플레잉 코치'들과 다른 점이다.

선수 활동과 레슨 코치를 병행하는 일이 녹록지는 않을 텐데 모중경은 "당연히 내 연습만 할 때보다는 힘들긴 하지만 보람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경태나 형석이나 잘 치는 것 보면 '내가 가르치는 데 좀 소질이 있나 보다' 생각도 든다"며 "그렇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하니까 그렇게 된 거지, 아무리 잘 가르쳐도 선수들이 안 하면 소용없다"고 제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동반 출전하다 보면 자신보다 제자들의 성적이 잘 나오는 경우도 자주 있다. '청출어람'이라고 마냥 흐뭇해하기엔 아직 '현역' 모중경의 선수 본능도 강하다.

그는 "코치 입장에선 '잘 돼가고 있구나' 생각하다가도 선수로서는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제자들에게 받는 자극 덕분인지 선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모중경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미국에서 골프를 시작한 모중경은 1996년 아시안투어 괌오픈 우승 이후 국내 무대에 진출해 2000년부터 2006년까지 국내 대회에서 2년에 한 번씩 꾸준히 우승컵을 들었다.

2008년 상하 타일랜드 PGA 챔피언십 우승 후 한동안 국내외에서 우승 소식이 없다가 지난해 매일유업 오픈에서 8년 만에 다시 우승 소식을 전했다.

KPGA 역대 최고령 우승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번 메가오픈에서도 공동 10위에 올랐다.

한동안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는 선수생활을 접을까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오래 해오던 골프를 그만두고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모중경은 "선수생활을 오래 했더니 놓기가 힘들다고 해야 하나"라며 "그만두고 코치 전업할 때는 굉장히 독한 마음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금으로써는 체력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선수생활을 하는 것이 목표다.

코치이기 이전에 오래 골프를 쳐온 선배로서 후배 제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도 '꾸준함'이다.

모중경은 "우승 못 하고 성적 안 좋다고 해서 답답해하지 않고 연습을 철저히 하면 쌓이고 쌓여서 언젠가 나오는 것이 골프"라고 강조했다.

남은 시즌 목표를 묻자 "선수로서 목표는 항상 우승"이라고 답한 모중경은 "그런데 뜻대로 안 되니까 항상 최선을 다해봐야죠"라며 다시 한 번 허허 웃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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