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 찾아 위안부 피해자 위로…"피해자들, 노벨평화상 후보 자격 있어"
(광주=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일본이 전쟁의 참혹함에 희생되신 분들에게, 또 그런 폭력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를 내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일본이 사과할 수 있다면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음을 표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한 것 같다."
평소 전쟁 범죄 과거사를 사죄하지 않는 일본에 비판적 견해를 피력해온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1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찾아 깊이 위로하고 지지를 표명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을 방문해 이옥선(90), 이용수(90·대구 거주), 하점연(96), 박옥선(94)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과 만났다.
이들은 처음 만났지만 포옹하고 서로 어깨를 어루만지고 손을 맞잡으면서 전쟁 범죄가 남긴 아픈 기억을 공유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역사에 희생되신 여성들에게 일어난 이러한 억울한 폭력은 다시 복구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그런 분들과 만난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이런 아픈 역사는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복수나 증오심이 아닌 일본이 역사적으로 있었던 일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들었다"며 "저도 생전에 그런 일이 있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지지했다.
'위안부'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선 의아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슈뢰더 전 총리는 "'위안'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인데 이 여성들은 폭력을 겪은 것이고 전쟁의 참혹함에 희생된 분들"이라며 위안부로 불려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우리 국회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면서 "충분히 자격이 있고 적극 지지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나눔의 집 측에 전쟁 피해자인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 액자와 1천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와 역사적으로 같은 일로 간주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분 개개인이 전쟁 범죄에서 당한 희생과 고통은 결코 그에 못지않다고 생각한다"며 안네 프랑크 액자를 선물한 이유를 설명했다.
나눔의 집은 답례로 슈뢰더 전 총리에게 위안부 피해자 김순덕 할머니(2004년 별세)가 생전에 그린 그림 '끌려감'을 복사한 액자와 '소녀상' 모형을 선물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을 주제로 만든 영문소설 '터치 미 낫'(Touch Me Not)도 함께 건넸다.
슈뢰더 전 총리는 할머니들을 만나기에 앞서 야외 광장에 설치된 추모비에 참배하고 나서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과 양기대 광명시장의 안내로 30여 분간 위안부 역사관을 꼼꼼히 둘러보며 관심을 보였다.
특히 역사관 밖에 전시된 할머니들의 사진과 흉상 앞에서 한동안 발걸음을 멈추고 설명을 경청하기도 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방명록에 '이렇게 큰 고통을 당한 분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흐릅니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그는 할머니들을 만나고 난 후 야외 광장 앞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전쟁의 참혹함에 희생된 분들과 아픈 기억을 나누다 보니 서 있는 것조차 힘들다며 취재진의 질문을 정중히 사양했다.
gaonn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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