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청춘의 건강한 패기…KBS '최강 배달꾼'

입력 2017-09-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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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청춘의 건강한 패기…KBS '최강 배달꾼'

'엄마찾아 삼만리' 신파와 액션 가미…'착한 드라마'로 선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스펙이 부족해 프리미엄CM(PCM)도 없고, 코믹한 판타지 대신 선명한 현실이 자리했지만 성적과 반응은 더 좋다.

KBS 2TV 금토 드라마 '최강 배달꾼'이 '흙수저' 청춘들의 이야기를 건강하게 그리면서 시청률과 호평을 동시에 쥐는 성과를 내고 있다.

전작인 '최고의 한방'이 '고 스펙' 덕에 KBS드라마 최초로 PCM까지 도입하는 등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출발했지만 이름값을 하지 못했던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 26일 자체 최고 시청률 7.2%를 기록한 '최강 배달꾼'은 금토 밤 11시 6%대의 시청률을 보이며 순조롭게 가고 있다. 무엇보다 '막장' 스토리 없는 '착한 드라마'로서 이러한 성과를 내 방점을 찍는다.






◇ 좌절하지 않는 흙수저들의 힘

'최강 배달꾼'의 매력은 청춘의 건강한 패기다.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가진 것 없는 '흙수저'들이다. 돈이 없어 대학도 못 갔고, 중국집 등 음식점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좌절하거나 자조하거나 비뚤어지지 않는다. 남들이 보면 한심하고 철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콩 한쪽도 나눠 먹을 줄 알고, 불의를 보면 행동할 줄 아는 이들이 불행해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가 아니라, '나홀로'의 삶이 익숙한 시대에 이들은 뭉치면 외롭지 않고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마디마디 통쾌함마저 안겨준다.

"헬조선을 떠날 것"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치열하게 돈을 모으는 여주인공 단아(채수빈 분)나 그 많던 재산을 다 빼앗기고 지금은 중국집 경리를 보는 순애(이민영)도 꼬인 구석 없이 당당하다.





드라마는 긍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주인공 강수(고경표)를 중심으로 자석처럼 모인 흙수저 청춘들이 각자의 아픔과 좌절을 뒤로하고 함께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을 통해 훈훈한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재벌2세의 '흙수저 체험'이 여기에 보조를 맞춘다. 여타 드라마처럼 흙수저와 금수저의 이분법적 대비를 하는 게 아니라, 재벌2세 금수저들이 하루아침에 흙수저로 전락해 밑바닥 삶을 경험하는 모습이 이 드라마의 차별화된 포인트다.

진규(김선호)와 지윤(고원희)은 플래티늄카드를 한도 없이 팍팍 긁고 다니던 금수저지만 어느 순간 시급 몇천원의 삶 속에 갇히거나, 공원 벤치 노숙자 신세로까지 전락하고 만다. 그런데 이들도 배배꼬이지 않는다. 부모의 뜻에 반한 탓에 자의 반 타의 반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허기를 달래거나 그마저도 못하는 신세가 됐어도 진규와 지윤은 돈에 타협하지 않고 결국 자신의 의지와 가치관으로 걸어간다.


◇ '엄마찾아 삼만리' 신파와 액션 가미해 이야기 확장

1976년에는 9살 꼬마 마르코가 배 타고 엄마 찾아 삼만리를 떠났는데, 2017년에는 25살 청년 최강수가 오토바이를 타고 엄마를 찾아 팔도를 누빈다.

'최강 배달꾼'의 주인공 강수가 두달 마다 동네를 옮겨 다니면서 배달 일을 한 것은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찾기 위해서였다.

드라마는 청춘의 패기에 이렇듯 고전적인 신파를 가미해 이야기의 폭을 넓히고 긴장감도 높였다. 또한 위기마다 시원한 액션을 가미해 볼거리를 늘렸다. 남녀 주인공이 모두 한주먹 한다는 점이 드라마의 경쾌함을 끌어올린다.







이제 '최강 배달꾼'은 강수와 엄마의 화해, 하나로 뭉친 흙수저 청춘들이 골목 상권에 침입한 거대 자본에 대항하는 이야기를 남겨두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자본의 횡포 앞에 흙수저가 무기력한 현실은 변함 없지만 그래도 '최강 배달꾼'의 건강한 청춘들에게 희망을 걸고 싶어진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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