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부결에 정국 급랭…여야 책임공방속 경색 장기화 우려

입력 2017-09-11 19:10   수정 2017-09-1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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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 부결에 정국 급랭…여야 책임공방속 경색 장기화 우려

野3당, '무력시위' 일단 성공…부결 후폭풍에 '협치'는 난기류

靑·與 일제히 "무책임 극치"·"정권교체 불복" 강력 대야 규탄

김명수 인준 불투명, 여야정 상설협의체 표류, 대통령·여야대표 회동 지연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김경희 배영경 기자 =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1주일간의 국회 보이콧을 철회하면서 어렵게 풀린 정국 경색이 헌정사상 초유의 헌재소장 후보자 부결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다시 급랭하는 형국이다.

더욱이 이번 인준안 부결은 여소야대 및 4당 교섭단체 체제에서 제3당이자 같은 진보진영인 국민의당이 사실상 주도한 것이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면서 향후 정국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권 출범 5개월만에 국회에서 인사 표결 첫 무산 사태에 직면한 여권은 '탄핵 보복', '정권교체 불복' 등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고 '위력 과시'에 성공한 야권 역시 여당의 태도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여야 대치가 당분간 가파르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사태로 여소야대, 다당제 국회에서 협치의 필요성이 다시 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야3당의 연대가 가시화할 경우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추진에 초반부터 제동이 걸릴 취약성이 함께 노출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장 다음날부터 진행되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줄줄이 예정된 예산 심사와 개혁 입법에도 험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기류 속에서 당초 청와대가 최근 안보상황에 대한 초당적 대처를 명분으로 추진해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구성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간 회동도 당분간 추진하기 어려운 여건이 조성되면서 정기국회를 무대로 한 '협치'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오늘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라며 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상상도 못 했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건 헌정사상 처음"이라며 "국민의 기대를 철저하게 배반한 것이고, 특히 헌정 질서를 정치적이고 정략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선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병헌 정무수석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예방하기로 했던 일정을 취소한 데 이어 별도 브리핑을 통해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헌법기관장 인사를 장기 표류시킨 것도 모자라 결국 부결시키다니 참으로 무책임한 다수의 횡포"라고 이번 사태를 규탄했다.

인준표결 부결 직후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은 별도 회의를 열고 대책을 숙의했다.

박완주 수석 대변인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할 때는 자유한국당이 국회를 내팽개치더니 헌재소장 후보자 의결에 대해서는 (국회에) 들어와서 파탄 내는 행위에 대해 국민이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격앙된 이야기가 오갔다"고 말했다.

다만 "여소야대 국회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고 전했다.

우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표했지만, 전원이 만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무력시위에 성공한 야권은 정부 여당의 자성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제대로 설득 한 번 하지 않는 오만한 모습을 보인 것부터 반성하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높은 지지율에 기대 소수 여당이라는 현실의 벽에 눈감은 결과라는 비판도 나왔다.

당장 한국당은 여당의 전횡에 제동을 걸었다며 '자축'의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표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권이 전횡하다가 이제 전횡을 못 하게 됐다"고 강조했고,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정부 질문 등 원내투쟁과 전술핵 재배치 1천만 서명운동이 문재인 정부의 실상을 직접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강효상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부결은 "당연한 일"이라며 "헌정사상 초유의 일에 대한 책임은 여당이 모두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국민의당 역시 모든 책임을 여당으로 돌렸다.

안철수 대표는 부결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당 입장에서 정말 중요하다면 표 단속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1차적으로 책임을 다른 당에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민주당의 국민의당 비판을 반박했다.

안 대표는 또 "여당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며 "정부 여당으로서 협치의 관점에서 충분히 설득하고 소통하는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라고 여권의 설득 부족을 지적했다.

최명길 원내대변인도 "김 후보자에 대해 무조건 찬성 입장만을 밝혀온 더불어민주당과 절대 반대 입장을 밝혀온 자유한국당은 남 탓하기에 앞서 자기당 내부를 먼저 들여다보라"고 꼬집었다.

바른정당 전지명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은 오늘의 결과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며 "협치 정신을 발휘하지 않는 이상 그 무엇도 진척될 수 없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이수 임명동의안 부결이 야권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아 몸을 낮추는 목소리도 야당 관계자들 틈에서 흘러나온다.

kyung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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