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90만가구 정전 상태…복구까지 시일 걸릴 듯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카리브해 섬을 지나 미국 플로리다주를 거쳐 서부 해안을 따라 북상하던 허리케인 '어마'의 세력이 점차 약해져 열대성 저기압 상태로 접어들었다. 어마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45명에 이르는 등 피해 수준은 점차 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어마는 세력이 약해져 열대성 저기압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어 파도와 격랑이 '생명을 위협할 만한 수준'이라고 AFP는 전했다.
허리케인 최고 등급인 5등급으로 카리브해 동쪽 제도를 지나던 어마는 4등급으로 미국 본토에 상륙, 이날 오전 2시께 1등급으로 세력이 약해졌으며 오전 8시께에는 풍속 시속 70마일(110㎞) 수준의 열대성 폭풍으로, 이후 다시 열대성 저기압으로 바뀌었다.
어마는 현지시각 오후 11시께부터 시간당 35마일(56㎞) 속도의 바람으로 잦아들었으며 중심부는 조지아주 서쪽을 지나고 있다. 앞으로 앨라배마 동쪽과 테네시주 서쪽을 거쳐 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 집계 규모는 점점 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쿠바에서 10명이 숨지는 등 카리브해 지역에서만 최소 35명이 숨졌다. 쿠바에서는 2005년 허리케인 데니스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주 6명, 조지아주 3명, 사우스캐롤라이나주 1명 등 총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재 통신 두절과 도로 단절 등으로 정확한 사태 파악이 어려운 상태로, 복구가 진행될수록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당국은 밝혔다.
앞서 지난달 말 텍사스 주 휴스턴 일대를 휩쓸고 간 허리케인 '하비'로 60명 가까이 사망한 것까지 포함하면 허리케인 2개가 연이어 강타하는 이례적인 재난으로 100여명에 육박하는 희생자가 나온 셈이다.
조지아주 항구도시인 서배너시를 비롯해 해안지역에는 전날부터 약 54만명의 주민에게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플로리다주에서는 여전히 18만명이 대피소에 모여있다.
전력 상황도 악화해 미국에서 약 790만가구가 불편을 겪고 있다.
플로리다주 650만가구를 비롯해 조지아주 120만, 앨라배마주 120만, 사우스캐롤라이나 16만, 노스캐롤라이나 1만3천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쿠바에서도 인구의 4분의 3이 여전히 전기가 끊긴 상태로 지내고 있다고 당국은 밝혔다.
또 아바나를 비롯해 식민지 도시들의 오래된 역사적인 건물들도 어마의 강풍과 폭우로 상처를 입었다고 쿠바 당국이 밝혔다.
쿠바의 오래된 건물들은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부유층으로부터 몰수돼 중산층과 빈민층에게 분배됐다. 그러나 낮은 급여 수준에 정부기관의 현금 부족 등으로 수십 년간 제대로 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건물들이 취약한 상태였다고 AP는 설명했다.
어마의 공포에 휩싸였던 미국은 조금씩 복구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주민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 해군은 인명 수색, 구조를 위해 플로리다주 수해지역에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과 강습상륙함 이오시마(LHD-7)와 뉴욕(LHD-21)을 파견했다.
애초 어마가 플로리다 인구 밀집도시인 탬파와 세인트피터즈버그 지역을 덮칠 것으로 전망됐지만, 폭풍해일은 심하지 않아 '재앙적' 수준의 피해는 면했다.
릭 스콧 플로리다주지사는 이 지역에 대해 "우려했던 것만큼 피해가 심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플로리다 남단의 플로리다키스제도를 둘러보고서는 "끔찍하다"며 심각한 상황을 전했다. 이 지역에선 상하수도 시스템도 망가지고 전기도 끊겨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미국 내 전력 복구에는 앞으로 최대 몇 주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각 주의 전력 당국은 밝혔다.
카를로스 히메네스 마이애미 시장은 "이제 훨씬 더 긴 과정, 복구 국면을 거쳐야 한다"며 "특히 전력 복구에 있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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