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전략경쟁 구도 넘지 못한 안보리 대북제재

입력 2017-09-12 11:28   수정 2017-09-12 11:45

동북아 전략경쟁 구도 넘지 못한 안보리 대북제재

北추가도발-제재강화 이어지며 '임계점' 향해 접근 예상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의 역대 최고강도 도발로 평가된 6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11일(현지시간) 제재결의(2375호)를 채택하면서 북한의 도발과 국제사회의 대응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됐다.

이번 제재는 북핵 해결을 위한 과정에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드리운 것으로 평가된다.

안보리 제재가 대북 유류 차단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북한에 상당한 경고가 될 것이겠지만 북한을 당장 비핵화 대화로 유도하긴 힘들다는 분석이 적지 않은 점은 대북 제재·압박을 통한 해법의 한계를 노출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결의의 대북 원유 공급 관련 요소가 '현재 공급 수준 유지'에 그친 것은 '미국 대 중국', 또는 '미국 대 중·러'의 동북아 전략 경쟁 구도를 넘어서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중국은 미중 경쟁 구도 속에 북한이라는 '전략적 완충지대'를 최고강도의 핵실험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고,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 전면 차단 등 초강경 제재안을 빼들었던 미국도 중국을 극한까지 압박하지 않고 타협했다.

결국 미국이 제재 내용을 양보하더라도 속전속결로 채택하는 쪽을 택한 것은 현실을 인정한 것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북한의 추가 도발과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원유 차단까지 가지 않을 '도발의 공간'을 치밀하게 계산한 뒤 안보리 결의 채택을 빌미로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은 북한과 불법거래를 한 중국 등 제3국 기업에 대한 독자제재를 안보리 제재 추진과 병행해가며 대응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강대강으로 충돌할 경우 한반도 긴장 지수가 급상승할 우려가 있지만 역으로 '임계점'에 도달하면 협상 또는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 등 양갈래의 길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핵 문제 전문가는 12일 "북한은 언젠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에야 협상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그때까지 당분간 미국도 추가제재를, 북한도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결국은 엔드 게임(end game, 최종승부)까지 가야 할 것 같고, 그에 앞서 미국도 쓸 수 있는 카드들을 남겨 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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