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사업가 만들어 1인 2역 연기하며 투자자 현혹
(익산=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사업가에게 투자하라고 지인을 꼬드겨 억대 투자금을 챙긴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박모(46·여)씨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박씨는 최근 2년 동안 14명에게 투자금 33억6천만원을 받아 이중 8억7천만원을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건설업을 하는 박씨는 2015년 3월께 공사현장 인근 식당에서 일하는 A씨에게 "초등학교 동창이 유흥업을 하는데 돈을 잘 번다. 조금만 투자하면 월 10%의 이자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매력적인 제안에 혹한 A씨는 박씨에게 200만원을 건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는 "장사가 잘 돼서 동창이 돈을 많이 벌었다"며 A씨에게 300만원을 되돌려줬다.
이후 A씨는 지인 등 14명에게 투자를 권유했고 박씨에게 흘러간 투자금은 순식간에 33억6천만원까지 불어났다.
박씨는 지난 4월까지는 약속한 대로 A씨 등에게 월 10%의 이율로 투자금을 되돌려줬으나 이후로는 변제를 미루며 연락을 피했다.
경찰은 A씨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해 투자금을 건넨 통장 등을 확보하고 박씨를 붙잡았다.
조사결과 박씨가 말한 유흥업을 하는 초등학생 동창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A씨 등에게 자신이 유흥업에 종사하는 사업가인 것처럼 1인 2역 연기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연기가 탄로 나지 않도록 사업가 행세를 할 때는 투자자와 철저히 문자로만 연락했다.
그는 이렇게 모은 투자금 대부분을 남편 김모(50)씨와 함께 운영하는 건설회사 사업 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박씨는 "처음부터 속일 생각은 없었는데 갑자기 큰돈이 들어오니까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편 김씨는 "아내가 현금을 계속 가져와서 사업 자금으로 썼는데 이렇게 마련한 돈인 줄은 몰랐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투자금을 변제할 능력이 없으면서 아내에게 사업 자금을 빌려오라고 한 김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남편은 아내의 사기 수법을 알지 못했지만, 투자금 대부분을 사업 자금으로 사용했고 갚을 능력도 없는 상태"라며 "부부를 상대로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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