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시작도 전에 자료 요청 등으로 여야 40분간 기싸움
김 후보자, 소신 답변 속 '민감 질문'엔 언급 자제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한지훈 이슬기 기자 =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12일 진행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 질의 도중 간간이 날 선 신경전을 벌였고, 중간중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또 오전 본격적인 질의를 시작하기 전에 자료 요청 등의 문제로 여야 의원 사이에 40분간 공방이 펼쳐지기도 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과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을 두고 충돌했다.
이 의원은 "사법부는 오욕의 역사가 있는데 권위주의 시절 정권 코드에 맞춰서 사법 살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법 권력이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며 "국가배상 사건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한 유서 대필 조작 사건에서 곽상도 의원 등이 당시 관여 검사였는데 모두 역사적으로 유죄"라고 말했다.
이에 곽 의원은 "한 달 정도 수사팀에 들어가서 일부 참고인을 조사하고 한 일은 있지만, 그 뒤에 사건에서 빠졌기 때문에 내용을 잘 모른다"며 "상대방이 어떤 일을 했는지도 모르면서 뭉뚱그려 얘기하면 안 된다. 무식한 게 자랑이 아니다"고 반격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무식한 게 자랑이 아니다'란 말에 발끈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또 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김 후보자와 양승태 대법원장의 프로필을 비교하며 "어쩌면 이렇게 전임 대법원장의 밑으로만 다니느냐"고 꼬집자 민주당 의원들은 "모욕적"이라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자는 '웃음'을 터트렸고, 장 의원은 "웃지 마세요.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몰아세웠다.
김 후보자는 결국 "말씀 중에 웃어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여야의 치열한 '샅바 싸움'은 본격적인 질의 시작 전부터 있었다.
주호영 인사청문회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개의를 선언하고 김 후보자의 인사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한국당이 공세의 포문이 열었다.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김장겸 MBC 사장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법 판사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인지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이외에도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전관예우 등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 결과, 3월 9일 열린 대법원 주최 전국 법원장회의 속기록 등의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 주광덕 의원도 "김 후보자가 '노랑풍선'이라는 여행사로부터 100만 원의 경품권을 받았다고 돼 있는데, 얼마 기간 얼마나 많이 이용했길래 경품권을 받았는지 해당 여행사 이용실적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여당은 곧바로 '자료 제출 요구를 빙자한 정치적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야당 원내대표께서 대법원장 표결과 관련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결시켜야 한다'고 했는데 이러면 인사청문회를 뭐 하려고 하나. 인사청문회 기본 취지는 대상의 자질과 자격, 국정운영능력 평가 등을 검증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한편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적인 질문에 대체로 소신 있게 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의 회장을 지낸 점을 야당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공격하자 "탈퇴한 2005년 9월 이후 우리법연구회에 관여하지 않았다. 2011년 가을 국제인권법연구회 창립에 관여한 것은 주도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고 회장을 고등부장으로 해야 하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다는 부탁을 들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또 대법원장 퇴임 후의 계획에 대해 "변호사 개업은 전혀 생각 없다"며 공익 활동을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다만 동성애 문제 등 민감한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 없이 피해 가는 모습도 보였다.
김 후보자는 군 동성애 문제와 관련한 물음에 "군형법 문제는 헌법재판소 결론도 나와야 하고, 현재 특별히 의견을 가진 게 없다"고만 답변했다.
또 MBC 직원의 징계무효 확인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된 것과 관련해선 "(인사청문) 절차를 마치고 대법원에 들어가면 한번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wi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