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견제 드러난 국정원개혁위 발표에 "사필귀정"
(인천공항=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가정보원이 자신을 '종북'으로 규정하고 견제했다는 국정원 적폐청산TF의 조사 결과에 대해 "국가 근간과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한 중대한 사건"이라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12일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이탈리아 로마·밀라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사필귀정"이라며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요청한 것처럼 수사기관에서 제대로 수사해 엄중하게 처벌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분명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전날 '국정원 적폐청산TF'로부터 국정원이 박 시장을 '종북인물'로 규정하고 '서울시장의 좌(左)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안', '좌파의 등록금 주장 허구성 전파' 같은 문건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 검찰 수사 의뢰를 권고한 바 있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해당 문건에 따라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와 협조해 가두집회를 개최하고 박 시장 비판광고를 게재했으며, 포털 사이트 '다음'에 서울시장 불신임 이슈 청원을 개설, 서명운동을 전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시장은 "민주정부가 수립되면서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온 국민의 보편적 합의 사항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공언해왔다"며 "이번 국정원의 댓글 사건과 사찰 사건은 국민적 합의를 위반한 것이고 민주정부로서 지켜야 할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에서 나온 문건에 언론, 시민단체, 전경련 등이 다 언급돼 있다"며 "언론은 어떤 과정을 거쳐 보도했고, 시민단체는 어느 경위로 국정원과 연계돼 플래카드를 내걸고 '박원순 제압 문건'을 실현했고, 전경련은 어떻게 개입해 재정을 지원했는지 자세히 조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정부에서 조치를 해야겠지만 나도 이에 대해서는 민·형사적인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시장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서는 한반도 위기가 굉장히 부각돼 있다. 나에게 이탈리아 언론이 '평창 올림픽이 평화적으로 잘 개최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하더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한반도에서의 핵은 용납하기 어렵다는 원칙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 보는 것만큼 위협이 현실화할 일은 적으며, 평창 올림픽은 문제없이 치를 수 있다고 안심시켰다"며 "실제로 그렇게 되도록 온갖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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