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화 때문에…청정 식수댐 비우고 낙동강물 사 먹는 울산

입력 2017-09-12 16:16   수정 2017-09-12 16:42

암각화 때문에…청정 식수댐 비우고 낙동강물 사 먹는 울산

올해 물값만 200억대 '역대급'…"정부, 맑은 물 공급대책 추진해야"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울산시가 국보 반구대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청정 댐 2곳을 비웠다. 이 때문에 맑은 물을 식수로 사용하지 못하는 데다, 낙동강 물 사용량이 늘면서 비용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울산에는 회야댐, 대곡댐, 사연댐 등 3개 식수용 댐이 있으나 이들 댐에 수량이 부족하면 낙동강 하류에서 물을 끌어와 식수로 공급한다.


현재 물이 부족한 것은 맑은 물을 담을 수 있는 대곡댐과 사연댐을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가 물에 잠겨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년 전부터 비웠기 때문이라고 울산시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120만 시민의 식수 공급을 회야댐(하루 최대 공급 인원 65만 명) 한 곳에만 의존하다 보니 낙동강 물 사용량이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낙동강 물은 사용량만큼 울산시가 한국수자원공사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

12일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 1∼8월 말 지불한 낙동강 원수대금은 136억7천만원(t당 233.7원)이다.

지난해 전체 원수대금 147억원에 거의 육박하는 비용이다.

울산시가 수자원공사에 준 낙동강 원수대금은 2013년 165억원, 2014년 153억원, 2015년 151억원으로 평균 150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2013년에는 가뭄이 심해 원수대금이 특히 많았다.

갈수기가 9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울산시는 올해 원수대금이 사상 처음 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울산시의 고질적인 식수 공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곡댐과 사연댐에 물을 채워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댐에 물을 채우면 세계적인 문화유산 반구대암각화가 잠겨 훼손된다는 데 있다.

반구대암각화는 1971년 발견돼 1995년 국보로 지정됐다. 암각화 하류의 사연댐은 1965년 준공돼 댐에 물이 차면 암각화도 물에 잠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009년 울산과 가까운 경북 운문댐의 맑은 물 일부를 울산시에 제공하고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운문댐을 관리하는 지자체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울산시는 단기적으로 암각화에 물이 닿지 못하도록 생태제방을 쌓고 댐에 물을 채워 식수문제를 해결하자는 방안을 10여 년 전부터 제안했으나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어려움을 이유로 거부했다.

시는 암각화 보존의 장기적 방안인 운문댐의 물을 제공하는 울산권 맑은 물 공급대책을 실행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시민은 맑은 물을 마실 여건이 되지만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해 수질이 낮은 낙동강 물을, 그것도 시민 세금을 들여 구입해 마시고 있다"며 "정부가 울산권 맑은 물 공급대책을 조속히 추진해 암각화도 건지고 시민에게 맑은 물도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ee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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