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1일(현지시간)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 9일 만이다. 속전속결로 진행된 셈이다. 기존 8번의 제재 결의가 2006년의 1차를 빼고는 채택까지 짧게는 18일, 길게는 석 달가량 걸렸던 점을 생각하면, 작금의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엄중한지 보여준다. 전날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이 안보리에서 더 혹독한 불법 무법의 제재 결의를 조작해내는 경우 미국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나아가 "어떤 최후 수단도 불사할 준비가 다 되어 있다. 다음번 조치들은 미국으로 하여금 사상 유례없는 곤혹을 치르게 만들 것"이라고 위협했다. 공언대로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발사나 7차 핵실험으로 대응할 공산이 크다. 이제라도 북한은 어떤 선택이 자신에게 이익인지 재삼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이번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 경제의 '생명줄'을 더욱 강하게 옥죄는 내용을 담았다. 사상 처음으로 대북 유류 공급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대북 원유 수출은 유엔 기존 추산치인 연 400만 배럴을 넘지 못하게 했고, 정유제품 수출도 55% 줄어든 연 200만 배럴로 제한했다. 그 결과, 전체 유류수출은 기존보다 30%가량 줄어든다. 기존 결의에서 전면 수출금지가 된 석탄과 함께 북한의 주요 외화수입원 중 하나였던 섬유 수출은 전면 금지됐으며, 북한 국외 노동자의 고용도 사실상 막혔다. 전문가들의 추산에 의하면, 이번 섬유 수출금지와 국외 노동자 고용 제한 조치로 북한은 연간 10억 달러(1조1천350억 원)의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초강경 원안에 있었던 전면적 원유 금수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남매 제재 등은 중국·러시아와의 협상 과정에서 빠졌다. '핵탄두 탑재 ICBM 완성'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북한의 태도를 바꾸기에는 제재 강도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다. 단계적으로 제재의 수위를 높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미흡하다고 여겨지는 부분들은 만약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대응 카드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원유 전면 금수를 담은 초강경 초안에 중국·러시아가 반발하면서 이번 결의의 향방은 예측불허였던 게 사실이다.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거론될 정도였다. 만장일치 채택이 빛을 발하는 것도 그래서다. 폭주하는 북한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중국의 협력과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나라의 분열이야말로 북한이 노리는 것이고 제일 바라는 바이기 때문이다. 미·중 정상 간의 "강력한 연대"로 이번 성과가 도출됐다는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말마따나 북핵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때까지 두 나라가 지혜로운 자세로 긴밀한 협력과 공조를 이어가길 당부한다.
이제는 유엔 회원국들이 결의를 행동으로 옮길 때이다. 특히 중국의 철저하고도 진정성 있는 이행이 필수적이다. 중국이 북한의 대외무역 중 90% 이상을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은 겉으로는 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하면서도, 자국의 전략적 판단과 정세 변화에 따라 자의로 그 강도를 조절하는 '고무줄 제재'를 해왔다는 의심을 사 왔던 게 사실이다. 이번에 대북 유류 공급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한 것도 그런 저간의 사정이 고려됐다. 이번 결의의 내용이 초강경 초안보다 후퇴했다고 해도 북한 정권과 주민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선택은 이제 북한의 몫이 됐다. 군사적 충돌을 무릅쓰고 핵무기 완성을 향해 추가 도발에 나설지, 아니면 현재로썬 가능성은 작지만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테이블로 나설지 말이다. "북한은 아직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지 않았다. 미국은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는 헤일리 대사의 말을 북한은 흘려듣지 않아야 할 것이다. 끝까지 마이웨이를 고집할 경우, 더는 활로를 찾을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깨닫기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