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역차량으로 북적이던 단둥 해관 주차장 텅비어
"단둥서 대북 무역 종사하던 무역상들 일거리 없어져"
(단둥<중국 랴오닝성>=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 북중접경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주민들은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새로운 대북제재를 결의한데 대해 "이번 제재는 조선(북한)의 자업자득"이라며 당연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유엔 안보리가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북한에 대한 원유 수출 동결 및 섬유제품 수출 전면 금지를 골자로 하는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한 12일(현지시간) 연합뉴스 기자가 방문한 단둥의 북중 접경 분위기는 썰렁했다.
이날 오후 북한 무역차량 통관을 담당하는 단둥 해관(세관) 주차장은 텅 비었고 시민들은 북한 핵실험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둥의 공장에서 근무연한을 마치거나 비자연장이 여의치 않은 탓에 북한으로 돌아가기 위해 해관 마당에 모여든 북한 근로자 수십명이 목격되기도 했다.
북한 신의주에서 수출화물을 싣고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일명 압록강대교)를 거쳐 단둥에 도착한 북한 화물차량이 수출입검역검사국의 통관을 받는 단둥해관 주변에선 북한 차량을 보기 힘들었다.
평소 북한 무역트럭들이 해관 통관을 받고 단둥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줄을 서던 골목길도 지나는 차량이 거의 없었다.
신의주에서 출발해 중조우의교를 건너온 북한 '묘향산려행사'의 소형버스가 단둥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다리 위에서 20분가량 정차한 모습이 주민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해관 주변 무역회사 업주는 "중국이 북한산 제품의 3분의 2에 대해 수입금지를 시행한 지난달 중순부터 단둥과 신의주를 오가는 무역차량이 크게 줄은데다 이번 조치(대북제재)로 더욱 타격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중국 정부가 북한산 석탄과 철·수산물 등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북중교역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오가는 무역차량이 반토막난데 이어 교역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압록강변공원에서 만난 즈(智)모(56) 씨는 "조선이 중국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더니 연합국(유엔) 제재를 받은 것은 자업자득이라고 본다"며 "이 때문에 조선반도(한반도)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배치된 것은 나쁜 이웃을 둔 우리(중국)의 불운"이라고 말했다.
단둥출입국검사검역국 앞 도로에서 만난 장(張)모(30대) 씨는 "중국과 조선 간 무역에서 단둥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이상에 달할 정도로 무역이 지역 경제에 영향을 끼치는데 잇단 군사도발로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탓에 단둥경제가 좋지 않다"면서 "지난 3일 핵실험을 했을 때 단둥에서도 진동이 있어 놀란 사람이 많았다"고 우려했다.
중조우의교가 바라보이는 압록강변 중롄(中聯)호텔에서 만난 중국인 무역상은 "이번에 조선(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이 금지되면서 대북교역에 종사해온 무역상들의 일거리가 상당수 없어졌다"며 "조선의 값싼 인건비를 활용해 위탁 가공을 해온 제조업자들도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북한을 둘러싼 중국 당국의 압박이 이어지고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각이 악화되면서 접경도시에 위치한 북한식당들도 운영에 타격을 입었다.
북한식당들은 작년 4월 저장(浙江)성 닝보(寧波)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탈출 사건 이후 한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끊자 경영난에 시달리며 문을 닫거나 중국인 모객을 위해 중국식 운영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이날 단둥의 한 북한식당은 몇 달전과는 달리 메뉴판을 손님에게 보여주는 대신 식당 바깥에서 전시된 음식재료를 확인하고 주문한 뒤 홀에서 식사하는 중국식 방식으로 운영했다.
또 예전엔 한국인으로 보이는 손님에게 국적을 확인하는 절차를 밟고 '남조선 손님에겐 봉사하지 않는다'고 문전박대했으나 이날은 '어디서 오셨느냐'며 형식적으로 묻고는 접객서비스를 이어갔다.
realis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