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의장 "EU, 8조원 부담해 리비아와 난민협정 맺어야"

입력 2017-09-13 00:47  

유럽의회 의장 "EU, 8조원 부담해 리비아와 난민협정 맺어야"

"아프리카 지원 없이는 수 년내 阿난민 수 백만, 유럽 향할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향후 아프리카 난민 수 백 만명이 유럽으로 건너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유럽은 주머니를 털어 아프리카를 지원해야 한다고 안토니오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이 밝혔다.

타이아니 의장은 12일 보도된 독일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렵행 난민 억제를 위해서는 리비아에 투자하는 게 맞다"며 "유럽연합(EU)은 리비아와 난민(억제)협정을 맺기 위해 60억 유로를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0억 유로(약 8조 1천억원)는 EU가 작년 3월 터키와 난민 송환 협정을 맺으며 터키에 지원하기로 한 금액에 해당하는 액수다.

타이아니 의장의 이런 발언엔 EU가 작년 터키와 맺은 협정 이후 터키를 거쳐 그리스, 발칸 반도로 들어오는 중동·아프리카발 난민 수가 급감한 것에 비춰, 현재 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에 들어오는 주된 통로인 지중해 중부 루트 차단을 위해서는 난민들의 주요 출발지인 리비아와 협정을 맺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타이아니 의장은 "아프리카는 유럽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대한 도전"이라며 아프리카의 생활 환경을 개선시키는 장기 전략 없이는 수 년 안으로 수 백만 명의 아프리카 난민이 유럽으로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아프리카의 인구는 오는 2050년까지 현재의 두 배가 넘는 25억명으로 늘어날 전망인데다 기후 변화, 테러리즘, 가뭄과 빈곤, 정치 불안정 등은 향후 이민을 더 부추길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타이아니 의장은 최근 몇 달 동안 그의 모국인 이탈리아가 불법 난민 단속 작업을 펼치는 리비아 해안경비대에 해군 인력과 장비를 지원함으로써 지난 7월 이후 이탈리아 입국 난민이 급감한 것을 놓고 인권 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한 대안도 제시했다.






인권 단체들은 리비아 해안경비대의 단속에 적발돼 리비아로 송환된 난민들이 구타와 고문, 성폭행 등 인권 유린을 겪고 있으며, 이탈리아가 난민들의 발을 리비아에 묶어 놓는 대가로 지역 민병대에 은밀히 돈까지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타이아니 의장은 이에 대해 "EU의 기금은 난민들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조건 아래 배분돼야 한다"며 "(리비아측에)백지 수표를 쥐어 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리비아에 유엔 감독관들을 보내 인권 상황을 감시할 필요가 있으며, 유럽행 난민들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국가들인 차드, 니제르 등에 EU나 아프리카연합(AU)이 파견한 군경의 보호를 받는 난민 캠프 구축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월부터 유럽의회를 이끌고 있는 타이아니 의장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의 대변인 출신으로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중도 우파 연합 진영의 총리 후보로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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