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도 레카, '빛나는 길' 지도자 구스만 숨겨주다 1992년 체포돼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1980년대 페루 최대 좌익반군 조직으로 꼽혔던 '빛나는 길(Sendero Luminoso)'의 최고 지도자를 숨겨준 혐의로 체포됐던 발레리나가 석방됐다.
12일(현지시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테러 혐의로 25년을 복역한 마리차 가리도 레카(52)가 전날 밤 수도 리마 외곽에 있는 안콘 제2 교도소에서 풀려났다.
가리도 레카는 교도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은 채 가족들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 그녀는 리마에 사는 늙은 어머니와 함께 거주할 것이라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가리도 레카는 27살이던 1992년에 수개월 동안 '빛나는 길'의 최고 지도자였던 아비마엘 구스만과 다른 지도자들을 자신의 발레 교습소 위에 있던 아파트에 숨겨줬다가 적발됐다.
반테러 경찰은 그해 9월 몇 달간 가리도 레카를 미행한 끝에 '빛나는 길' 지도부를 일제히 검거했다. 구스만은 당국에 붙잡힌 뒤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녀가 검거됐을 당시 페루인들은 어린이들이 무용 수업을 받은 교습소 위에 테러와 암살 등을 자행한 반군 지도자들이 살았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유복한 가톨릭 집안에서 성장한 가리도 레카는 한때 수녀였던 친척을 통해 빛나는 길 지도부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이모 넬리 마리온 에반스 리스코는 리마에 있는 학교 선생으로 재직하면서 빛나는 길에 가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에반스는 1991년 빛나는 길 선전물을 소지하고 있다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체포됐다.
그녀의 석방을 두고 페루 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는 거리도 레카가 복역 중 동료 재소자들에게 무용을 가르치고 인생의 황금기를 복역한 만큼 석방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서는 그녀가 테러 가담 행위를 진정으로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믿고 있다.
1960년대 후반 철학 교수 출신인 구스만이 설립한 '빛나는 길'은 1980년대 1만 명의 조직원을 둔 좌익 게릴라 조직으로 성장해 반정부 무장투쟁을 벌였다. 1992년 지도자였던 구스만이 체포된 뒤에는 도시보다는 산악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2000년대까지 이어진 정부의 대규모 소탕 작전으로 '빛나는 길'은 사실상 와해돼 수백 명이 페루 남부의 코카인을 재배하는 지역으로 숨어들었다.
페루 진실화해위원회는 정부가 1980∼2000년 '빛나는 길'과 '투팍아마루혁명운동' 등 좌익 게릴라를 소탕하는 과정에서 7만 명이 희생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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