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검찰, 자치경찰에 주민투표 관련 자료·물품 압수 지시
인사·예산권 자치정부에 있지만, 법률상 검찰 명령 따라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독립 문제를 놓고 중앙정부와 자치정부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 지역 자치경찰이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내몰렸다.
EFE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검찰은 12일(현지시간) 카탈루냐 지방에 배치된 국립경찰과 자치경찰에 오는 10월 1일 주민투표에 쓰일 투표함과 투표 전단, 개표요원 매뉴얼 등을 발견하는 대로 모두 압수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카탈루냐 지방정부와 그 공무원, 또는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개인이 위법한 일을 저지르는 것을 차단하고자 경찰에 주민투표 관련 자료와 물품의 일체 압수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오는 10월 1일 강행하려는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경찰력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검찰은 주민투표를 주도하는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과 지방의원들을 불복종 혐의로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주도하는 세력은 "감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투표는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강 대(對) 강' 대치 국면에서 가장 난처한 처지에 놓인 것은 카탈루냐 자치경찰인 '모소스 데스콰드라'(Mossos d'Esquadra)다.
국립경찰이야 중앙정부 소속인 검찰의 명령에 따르면 그뿐이지만, 자치정부에 소속된 지방경찰들은 검찰의 명령을 그대로 따르기도, 이를 대놓고 거스르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스페인 법률에 따르면 자치경찰 역시 검찰의 수사 관련 지시에 복종할 의무가 있지만, 자치경찰의 인사·예산권은 해당 자치정부에 전적으로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의 라파엘 카탈라 법무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자치경찰들은 소수의 시민이 아닌 시민 전부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면서 검찰의 명령에 따를 것을 재차 종용했다.
그러나 푸지데몬 수반은 카탈루냐 경찰을 내버려 두라며 맞섰다.
그는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자치경찰의 주된 임무와 우선권은 오직 시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자치경찰에 검찰의 명령에 불복종하라고 공개적으로 종용하지는 않았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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