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北과 더는 사업 안 해…이는 매우 중요" 강조하기도
美 국내선 말레이 총리 백악관 초청 결정에 비판 잇따라
(서울·자카르타=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황철환 특파원 = 역시 사업가 트럼프답게 그의 관심은 윤리나 도덕보다 '비즈니스'와 안보를 우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부정부패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를 초청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나집 총리는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수십억 달러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금세탁처로 활용된 미국은 17억 달러(1조9천억원) 상당의 미국 내 은닉자산에 대한 압류절차를 진행하고 지난달 관련자에 대한 형사수사를 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집 총리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혐의를 덮어주는 모양을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집 총리는 이날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와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 등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아울러 대(對) 테러 국제 공조와 북한 핵실험에 따른 대북제재 협력, 미얀마 로힝야족 인종청소 문제 등 의제도 비중 있게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나집 총리와 함께 기자들과 만나 "100억∼200억 달러(11조∼22조원) 규모의 보잉 여객기 구매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더는 북한과 사업을 하지 않으며, 우리는 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으며, 나집 총리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동남아 진출 억제를 억제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사법당국이 수사 중인 나집 총리와 관련된 대규모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나집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잉737 여객기 25대와 차세대기인 보잉 787 8대를 구매하고, 조만간 25대의 보잉737기를 추가로 사들일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백악관은 취재진의 정상회담 촬영을 불허하고, 정상회담 직후 관례로 행해 온 공동 기자회견도 생략했다.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지도자를 백악관에 초대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상황과 취재진이 나집 총리에게 곤란한 질문을 던질 가능성 등을 우려한 조치로 여겨진다.
앞서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른바 '1MDB 스캔들'에 대한 수사는 비정치적인 사안으로 양국 정상회담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나집 총리의 백악관 초청은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 고위급 당국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10년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대응을 여타 사안보다 우선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 정부에선 당면 쟁점과 무관하게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우리의 관계를 더는 약화하게 둘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11일부터 2박 3일간 미국을 방문하는 나집 총리는 워싱턴에서 가장 비싼 호텔로 알려진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업무상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질 기미가 보이자 샌더스 대변인은 "백악관은 호텔을 예약하지 않았다. 워싱턴에서 어디에 머물지에 대한 개인적 결정과 관련해선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집 총리는 몇 해 전 미국 뉴저지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그룹 소유 리조트에서 민간인 신분이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친 적이 있다. 그는 작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종종 친분을 과시해 왔다.
나집 총리는 이번 방미를 통해 부패 스캔들로 흔들린 국내 정치 기반을 다잡고 이르면 올해 치러질 차기 총선 준비에 전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yj3789@yna.co.kr,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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