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절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연임을 위해 독일 선거판에 '얼굴'을 내밀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는 24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오바마 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가 버스 정류장과 전철역, 공원 등 베를린 곳곳에 등장했다.
이 포스터는 지난 2008년 오바마의 대선 포스터였던 '호프'(hope)와 비슷하지만 배경이 독일 국기인 색깔인 빨강, 검정, 금색으로 대체됐다는 점이 다르다.
또 밑에는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 표식과 함께 오바마가 지난해 독일을 방문하며 했던 말인 "내가 할 수만 있다면 메르켈을 찍겠다"가 쓰여 있다.
오바마는 임기 말인 지난해 11월 유럽 고별 순방 마지막 국가로 독일을 찾아 메르켈과 회담을 한 후 "내가 여기 사는 독일인으로서 투표한다면 메르켈을 지지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포스터는 CDU와 연정 파트너들이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만들어 배포했다.
미국 전직 대통령을 독일 총선에 내세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지만, 독일 내 오바마의 특별한 위치를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톰 치빈스키 CDU 활동가는 이런 포스터는 부동층의 표를 얻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오바마는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슬로건으로 사람들을 정치에 관심을 갖게 했다. 그는 포퓰리즘 파고 속에서 옳은 길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와 메르켈은 오바마 재임 기간이었던 2009∼2016년 8년간 러시아 제재 및 기후변화 등의 이슈에서 한결같은 공조를 보이며 철떡 궁합을 과시했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퇴임 당시 독일 국민 86%가 오바마가 국제사회를 위해 옳을 일을 했다고 믿는다고 밝히는 등 오바마는 독일 내에서 인기가 높다.
반면 후임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11%에 불과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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