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2년 권좌' 훈센 총리 철권통치 비판…中, 캄보디아 정부 전폭 지지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32년째 권좌에 앉아있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집권연장 행보를 놓고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의 대응이 정반대다.
미국은 훈센 총리의 철권통치를 비판하지만, 중국은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캄보디아의 친중 성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중국은 이런 캄보디아를 확고한 우군으로 확보해 동남아시아 외교무대에서 입김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윌리엄 하이트 주캄보디아 미국대사는 12일 오후(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캄보디아 정부에 야당 지도자 석방과 언론시장 정상화, 시민단체 압박 중단 등을 요구했다.
하이트 대사는 "지금 캄보디아가 총선을 치른다면 신뢰할만한 어떤 국제 감시기구도 캄보디아 국민의 뜻을 반영한 공정한 선거라고 보증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캄보디아 정부가 내년 7월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의 켐 소카 대표를 반역 혐의로 체포한 것을 물론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영자지 캄보디아데일리에 630만 달러(71억 원)의 체납세 납부를 압박해 문을 닫게 하고 미국 비영리단체 민주주의연구소(NDI)의 활동을 금지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캄보디아 정부의 위협에 20년 가까이 운영해 온 캄보디아 사무소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최근 "10년 더 집권하겠다"고 공언한 훈센 총리가 소카 대표의 반역 음모에 미국이 연루돼 있다고 비난한 데 대해 하이트 대사는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반박했다.
미 국무부가 지난 3일 집권연장을 위한 캄보디아 정부의 정치적 행보를 비판한 데 이어 하이트 대사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임에 따라 양국의 갈등이 한층 커지게 됐다.
이와 달리 중국은 훈센 총리의 든든한 후원자로 자처하고 나섰다.
중국이 12일 제14회 중국·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엑스포 참석차 자국을 방문한 훈센 총리에게 캄보디아 정부의 야당 지도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고 캄보디아 일간 크메르타임스가 보도했다.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항상 지지하는 훈센 총리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우리의 형제애는 강하고 어떤 외국세력도 이를 갈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캄보디아가 어려움에 부닥친다면 친구인 중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우리는 이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은 지난 7일 캄보디아 국회의장을 예방하며 정치적 혼란기에 캄보디아 주권을 보호하려는 캄보디아 정부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캄보디아는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미국, 일부 아세안 국가와 대립하는 중국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하고 중국은 캄보디아에 경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양국 관계가 한층 돈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