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일 죽는다면' 등 죽음을 준비하는 태도 다룬 책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인간의 영원한 화두이자 풀리지 않는 이 문제를 여러 각도에서 다룬 책들이 나왔다.
세부적인 접근 방법들은 모두 다르지만 지금 현재의 삶에 충실하자는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내가 내일 죽는다면'(시공사 펴냄)은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 라이프를 위한 물건 정리를 죽음과 연관 지은 책이다.
책을 쓴 마르가레타 망누손은 스웨덴의 '데스클리닝' 전문가다. 데스클리닝(Death Cleaning)은 죽은 뒤에 가족들에게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게 하는 대신 죽음을 가정하고 살아 있는 동안 더는 사용할 것 같지 않은 물건을 미리 버리거나 나누어주는 행위다.
저자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가족들과 집을 정리하다 어머니의 물건에 메모가 붙어있는 것들을 발견했다. 어머니가 각각의 물건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를 일러둔 메모였다.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본격적으로 데스클리닝을 시작했다.
저자는 물건을 버리기보다는 가족이나 친척, 혹은 처음 독립하는 젊은이 등 그 물건을 소중히 사용해 줄 사람에게 나눠주기를 추천한다.
데스클리닝은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지는 않는다. 나이에 상관없이 한 번쯤 죽음을 가정하고 주위를 정돈함으로써 죽음을 대비하고 남은 삶을 더 가치 있게 보내도록 돕는다. 황소연 옮김. 192쪽. 1만2천500원.
'힘있게 살고 후회없이 떠난다'(아날로그 펴냄)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일본인이 '죽음을 각오하고 준비하는 방법'을 적은 책이다.
유명 가이세키요리(일본식 정찬) 전문점 운영자이자 일본 장식 문화 전문가인 저자 고바야시 구니오는 2014년 7월 '간질성 폐렴'이라는 진행성 난치병 진단을 받는다. 책은 빠르면 2년 반 만에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저자가 죽음을 받아들이며 삶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저자는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이 생김으로써 삶을 보다 만족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이 행운이자 축복이라며 죽음을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한국어판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현재 정상적 호흡이 힘들어 휴대용 산소 봄베에 의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나는 삶의 결승선에 이르는 길을 그저 후회없이, 오로지 힘껏 걸어갈 뿐"이라며 '목숨이 다할 때까지 긍정적으로 밝게' 살 것을 당부한다. 강수연 옮김. 216쪽. 1만2천원.
'나의 오늘을 기억해 준다면'(알에이치코리아 펴냄)은 30대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영국 남자의 이야기다.
저자 크리스 그레이엄은 친형이 37살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할아버지는 정신질환으로 46살에, 아버지도 42살에 정신병원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검사를 받은 그 역시 37살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는다. 그의 가족에게는 세계에서 몇백 명에게만 있는 유전자 변이가 있었다. 증상이 나타나는 나이는 평균 37세, 평균 사망 나이는 44세다.
'지금의 나'로 살 수 있는 시간이 7년밖에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레이엄은 자전거 북미대륙횡단을 결심한다. 8개월간 자전거로 2만6천km를 달리며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
"언젠가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날 자랑스럽게 생각해주길 바란다. 아니면 '정신나간 인간이었잖아!'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진단을 받고 남은 시간을 무력하게 보낸 게 아니라 최대한 살아갔다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손영인 옮김. 340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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