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신·이시카와 이쓰코 등 시인 100여명 '韓中日 시인축제'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시인은 국가나 집단이 아닌 자기 자신만을 대표하기 때문에 교류와 대화에 적합합니다.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시대를 희망하는 마음을 한국과 일본 시인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한·중·일 시인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중국 시인 왕자신(王家新)은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중국 인민대학 문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왕자신은 '중국 10대 시인'이자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혀왔다고 행사를 주최하는 한국시인협회는 설명했다.
시인은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국·중국간 갈등 기류를 의식하면서도 세 나라간 교류와 대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왕자신은 "한국에 여러 번 왔지만 이번은 기분이 조금 다르다. 다른 중국 시인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라며 "그러나 우리는 왔다. 평화의 힘을 믿고 사랑과 시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14∼17일 알펜시아리조트 일대에서 열리는 시인축제는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뜻에서 마련됐다. 왕자신 등 중국 시인 18명, 시인이자 평화운동가인 이시카와 이쓰코(石川逸子) 등 일본 시인 20명이 참가한다. 국내 시인으로는 김남조·김후란·황동규·이근배·오세영·신달자·오탁번·이건청 등 100여 명이 함께 한다.
축제의 주제는 '평화, 환경, 치유'. 14일 오후 4시 개막식을 시작으로 기조강연과 시낭송 콘서트가 열린다. 둘째날은 오전에 학술세미나를 하고 오후에는 평창·속초·강릉·정선 등 강원도 각지로 찾아가 시를 낭송한다. 오후 7시30분에는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시가 흐르는 아리랑 콘서트'가 열린다.
셋째날은 한·중·일 '시인의 날' 선포식을 하고 임진각 DMZ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평화의 시' 낭송 행사를 한다. 세 나라 시인들은 마지막 날인 17일 서울의 고궁과 유적을 답사한다.
시인들이 왜 뜬금없이 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고 나섰을까. 첫날 '삶의 지표종으로서의 시'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는 오세영 시인은 그 자체에 목적을 둔 유희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스포츠와 예술의 기본 바탕은 같다고 설명했다.
"시와 스포츠의 밑에 깔린 인간의 기본적 욕망과 꿈은 같습니다. 고대 그리스어에서도 스포츠와 시는 어원이 같아요. 시는 올림픽이 추구하는 이념에 부합하는 예술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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