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후보 유력설에 여권 내부 알력설까지 억측 난무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한국거래소가 차기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돌연 지원자를 추가로 받기로 하면서 이사장 교체 때마다 불거진 '낙하산 인사'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거래소 노조도 이번 추가공모를 '낙하산 인사를 위한 것'으로 규정하고 반발하고 나섰다.
1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12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이사장 후보 추가공모를 결정하고 오는 19∼26일 지원서류를 접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초 13일 서류심사 결과를 당사자들에게 통보하고 이달 말 주총에서 차기 이사장을 최종 선임하기로 한 계획이 한 달가량 미뤄지게 됐다.
거래소 출범 이후 이사장 공모 절차가 중단되거나 재공모를 한 사례는 있으나 지원자를 받고서 다시 추가 지원자를 모집한 경우는 없었다.
이처럼 이례적 행보에 대해 거래소와 위원회는 더 폭넓은 후보군을 대상으로 적임자를 찾기 위한 것으로 기존 지원자와 추가 모집 지원자 모두를 대상으로 심사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류심사 마무리 단계에서 갑작스럽게 불거진 추가공모를 두고 금융당국 등 '윗선'의 개입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권 주요 기관장 인사 과정에서 특정 인맥이 떠오르자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내부에서 이를 견제하려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거래소 이사장 선임 과정에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제3의 '내정자'가 새로 부상했다는 설부터 기존에 유력 후보로 꼽혀온 인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모 기간을 늘리고 절차를 공개하는 것이라는 설까지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거래소 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추가 공모(公募)에 대해 특정 낙하산 인사를 위한 '추한 공모(共謀)'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명분과 달리 실제 몇 명이 지원했는지도 밝히지 않은 채 서류심사 결과 발표 하루 전에 추가공모를 전격 발표했다"며 "이는 미처 공모에 응하지 못한 '유력자'에게 특혜를 주려 했거나 내정자를 위한 들러리가 필요했다는 의혹을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후보추천위원회부터 다시 구성하고 새 위원회는 정부와 거래소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아울러 추천위원이 누구인지, 구체적 심사기준과 방법이 무엇인지 먼저 공개한 뒤에 공모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거래소 이사장 공모 때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통합거래소 출범을 앞둔 2004년 이사장 공모 때는 1차 심사를 통과한 후보자 3명이 외압설과 재경부 출신 독식 논란 속에 모두 자진 사퇴하는 바람에 재공모를 거쳐 이영탁 이사장이 선임됐다.
2013년 최경수 이사장 선임 때는 '관치' 논란으로 청와대가 공공기관장 인사를 전면 중단하면서 거래소 이사장 공모도 3개월가량 멈췄다가 재개됐다.
지난해 정찬우 이사장이 선임됐을 때도 지원서류 접수 단계부터 일찌감치 정 이사장 내정설이 돌았다.
이번 이사장 공모에서는 10명 안팎의 내·외부 인사가 지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과 김재준 현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 이철환 전 시장감시위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등이 지원했으며 이 가운데 막판에 부상한 김 전 원장이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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