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박성진 '부적격' 판정, 문제는 인사검증 시스템이다

입력 2017-09-13 18:22  

[연합시론] 박성진 '부적격' 판정, 문제는 인사검증 시스템이다

(서울=연합뉴스) 진화론을 부인하는 창조과학회 활동과 뉴라이트 역사관 등으로 논란을 빚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가 13일 '부적격' 의견으로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박 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를 부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산업위는 보고서에서 "건국과 경제성장을 둘러싼 역사관 논란, 신앙과 과학 간 논란 등에 대해 양립할 수 없는 입장을 모두 취하는 모순을 노정하는 등 국무위원으로서 정직성과 소신이 부족하며,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한 신자의 다양한 분야 진출을 주장하는 등 업무 수행에 있어 종교적 중립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거듭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으로 청문 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청문 보고서가 사실상 집권 여당의 묵인 아래 처리됨에 따라 박 후보자는 강한 사퇴 압박을 받게 됐다. 아울러 청와대 인사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다시 커질 것 같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러저러한 논란으로 낙마한 고위공직자는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전 과학기술기술혁신본부장,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등 5명이다. 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국회 임명동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런 인사 실패는 '코드인사'와 부실한 검증 시스템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능력과 적재적소 인사를 대원칙으로 삼겠다"며 탕평인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낙마한 인사들을 보면 문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가깝거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차제에 청와대의 인사 추천 및 검증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여권 내에서조차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을 중심으로 한 인사 라인에 대한 인책론이 나온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직후 인사자문위원회 설치를 주문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한 듯하다. 무엇보다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인재를 널리 찾고 추천받은 인사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인사추천실명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와 여당은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부결의 의미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청와대와 여당은 "다수의 횡포" "무책임의 극치"라면서 격하게 야당을 비판했다. 특히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민의당을 겨냥해 "골목대장도 하지 않을 짓" "땡깡을 놓는 집단"이라고 험구를 퍼부었다. 그러나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협치는 여당의 숙명이다. 당장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지 못하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를 받기 어렵고, 예산안이나 개혁 입법안 처리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먼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한 다음 포용할 것은 포용하고 설득할 것은 설득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지는 못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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