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여당에서 잇따라 제기되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 주장에 정부가 선을 긋고 나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으로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당 인사들의 보유세 인상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답변한 것이다. 김 부총리는 "일부 정치권에서 보유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대통령께서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유세는 물론 소득세 면세자 축소 등도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겠지만, 기재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민주당에선 보유세 강화 주장이 꼬리를 물고 나왔다. 추 대표는 지난 4일 국회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초 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이 문제를 처음 거론했다. 김경협 의원은 이틀 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부동산 보유세 문제에 대해 기재부에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했고,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금 얘기하기는 매우 이르지만 논의를 배제하지 않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박광온 의원은 지난해 '집 부자' 상위 1%(13만9천 명)가 1인당 평균 6.5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료를 냈다. 이러니 부동산 보유세 인상 문제를 공론화하려고 여권이 '군불 때기'를 한다는 말이 나올 만했다.
복지재원 조달을 위한 포괄적 증세 차원이든, 부동산 투기억제 차원이든 보유세 문제는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여당 인사들이 정부와 조율되지 않은 얘기를 이렇게 흘리는 것은 좋지 않다.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와 초대기업의 법인세를 올린 지난번 세제개편안처럼 여당이 총대를 메고 정부가 마지못해 따라가는 식은 더 곤란하다. 게다가 지금은 보유세 강화를 거론할 타이밍도 아니다. 한 달 전 나온 '8.2 부동산 대책'으로 뜨겁던 집값도 진정되는 기미를 보인다. 그래도 조세정의 차원에서 다주택자 과세가 필요하다면 먼저 여권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할 것이다. 당과 정부가 엇갈리는 목소리를 내면 국민의 혼선과 불안만 가중할 뿐이다.
보유세 강화를 포함한 증세 문제를 기재부가 주도하겠다는 김 부총리의 발언은 당연하면서도 시의적절했다. 증세에 대해서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보유세는 국민 개개인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신중해야 한다. 조세재정특위에서 체계적으로 검토해 초안을 만들고, 정부와 여당이 협의해 최종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경제정책 사령탑인 경제부총리가 중심에 서는 것은 당연하다. 여당 인사들이 정부와 조율 없이 '보유세' 운운하는 것은 김 부총리를 흔드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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