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판매사기범 잡고보니 신혼부부 행세 10대 남녀

인터넷 판매사기범 잡고보니 신혼부부 행세 10대 남녀

SNS서 신분증 구매해 성인인 척 휴대전화 개통…렌터카·원룸까지 임대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박스를 개봉하지 않은 에어컨,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며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린 뒤 상습적으로 돈만 받아 가로챈 혐의로 10대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개당 3만원에 구매한 주민등록증 10장을 이용해 휴대전화를 개통, 범행에 이용했고 렌터카나 원룸까지 임대하는 등 감쪽같이 성인 신혼부부 행세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14일 사기 혐의로 A(17) 군을 구속하고 여자친구인 B(17) 양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 군 등은 지난 4월부터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 4곳에 박스를 개봉하지 않은 이른바 미개봉 에어컨, 공기청정기, 스마트폰 등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뒤 연락 온 피해자 68명에게 물건을 보내주지 않고 3천5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사진을 마치 자신이 직접 소유한 가전제품 사진인 것처럼 게시판에 올리고 시세보다 싼 값에 판다는 문구로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그런 다음 연락 온 68명에게서 돈만 송금받은 뒤 연락을 끊었다.

경찰과 피해자의 추적을 피하려고 A 군 등은 명의를 도용한 13대의 휴대전화를 번갈아 사용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특히 미성년자인 A 군 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구매한 타인의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10개를 이용해 성인인 척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신분증 구입비용은 개당 3만원에 불과했다.

A 군과 B 양은 가로챈 돈과 신분증으로 렌터카를 빌리고 원룸 2개를 임대받은 것은 물론 강아지를 분양받거나 금반지·노트북을 구매하는 등 신혼부부 행세를 해오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지난 4월 가출해 사귀게 된 A 군과 B 양은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 군 등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별다른 제재 없이 신분증을 산 것을 확인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며 "10대인 이들은 구매한 신분증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원룸·렌터카를 빌리는 과정에서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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