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연주하는 태교음악…임신부 오케스트라 '두리한소리'

입력 2017-09-14 14:51   수정 2017-09-14 14:57

엄마가 연주하는 태교음악…임신부 오케스트라 '두리한소리'

용인 거주 30∼40대 '악기초보' 임신부 12명으로 결성…23일 첫 연주회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연주가 너무 씩씩해요, 아기 놀래요"

지휘봉을 잡은 와이즈뮤직의 강하늘 대표가 연주 강약을 조절하라며 농담을 던지자 연습실 여기저기서 "하하, 호호"하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다시 한 번 가볼까요? 그렇죠, 그렇게 부드럽고 예쁘게…"

지휘자의 칭찬에 바이올린과 첼로를 담당한 예비 엄마들의 활을 켜는 손길은 더욱 섬세해지고, 플루트에서는 아름다운 선율이 가을바람처럼 기분 좋게 흘러나왔다.






14일 오전 11시 경기 용인시청 옆 용인문화원 1층 연습실.

용인관내 임신부 12명으로 구성된 '두리한소리 오케스트라'가 오는 23일 오후 1시 옛 경찰대부지에서 열리는 태교축제에 선보일 곡을 연습하는데 한창이다.

'태교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용인시는 임신부의 자존감을 높이고 특별한 태교 기회를 주기 위해 올 3월 임신부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집한 뒤 5월부터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했다.

오케스트라 이름도 태아와 엄마가 한마음으로 연주하는 뜻을 담아 '두리한소리'로 정했다.

오케스트라 구성은 바이올린과 플루트 각 5명에 첼로 2명 등 총 12명이다.

대부분 임신 4개월에서 다음 달 출산이 예정된 30∼40대 예비 엄마들이다. 임신부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기 전까지는 악기를 다뤄본 적이 거의 없는 생초보 연주자다.

이들은 5월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 이곳 문화예술원 연습실에 모여 1시간가량 연주회 준비를 하고 있다.




초보연주자들을 가르치는 사람은 악보 출판 및 음원 만들기 사업을 하는 와이즈뮤직의 강하늘 대표가 맡았다. 와이즈뮤직은 사회공헌의 하나로 임신부 오케스트라를 지도하고 악기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날 연습에는 임신부 7명과 이들을 도와 함께 연주회를 하기로 한 용인지역 아마추어 동호회 여성 시민 7명이 함께 했다.

임신부는 몸과 마음의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각자 사정에 따라 연습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날도 5명이 불참했다.

이날 연습은 연주회가 9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악기 파트별 연습과 전체 합주 순으로 진행됐다.

임신부 단원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곡인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영화 미션의 주제곡 '넬라 판타지아',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등 8곡을 차례대로 연습했다.

전문 음악인이 아닌 초보 연주가가 4개월간 연습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힘들 정도로 제법 아름다운 화음을 냈다.

강하늘 대표는 "보통의 경우 연습 6개월 후에나 합주가 가능하고 1년이 지나야 연주회를 할 실력이 되는데, 임신부 오케스트라는 2배 이상 빨리 악기 연주하는 실력이 늘었다"면서 "아기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그는 또 "전문 연주가만큼은 아니지만, 지금의 실력이라도 가족들의 따뜻한 응원과 박수를 받으면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임신부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연주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바이올린을 맡은 예비엄마 윤은정(40·처인구 거주)씨는 "아이를 셋을 키워보니 태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면서 "일주일에 한 번 연습하는 시간은 온전히 나와 태아를 위한 힐링의 시간이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연주회 끝나고 일주일 뒤가 출산예정일이어서 걱정이 된다"면서 "배 속에 있는 아들 '준이'에게 무사히 연주회를 마치고 나와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씨 옆에 앉아 플루트를 연주한 강성미(35·처인구 거주)씨는 "처음 잡아보는 플루트를 불기가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 한 달이 지나서야 겨우 소리가 났다"면서도 "10월 21일 태어날 첫아기의 태교를 위해 기분 좋게 배우고 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음악태교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임신부 오케스트라 참여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판단해 지속해서 단원들을 모집해 연주회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박은숙 용인시 태교도시팀장은 "악기 연주를 통해 임신부와 태아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주고 예비 엄마의 우울증도 덜어주는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전국 첫 임신부 오케스트라가 '태교도시' 용인의 상징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