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국가 겨냥 전쟁 시나리오 바탕으로 이날부터 6일간 전개
발트 3국·폴란드 "우리 겨냥한 듯" 긴장 증폭…영구 주둔 가능성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14일(현지시간)부터 6일 동안 '자파드 2017(서부 2017)'로 부르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개시한다.
자파드는 양국이 4년마다 실시하는 정례 훈련으로, 올해는 특히 러시아 측 참가 병력 규모가 냉전 시대 이후 최고치에 달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참가 병력 규모를 1만2천700명 수준이라고 주장하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1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벨라루스 양국이 가상의 국가까지 만들어 공격 목표로 삼는 등 구체적인 전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일대에 극도의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가상국가의 이름은 베이쉬노리야(Veishnoriya)로, 러시아가 서방에 대해 우려하는 점을 모아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벨라루스군 지도부가 공개한 올해 자파드 시나리오에 따르면 베이쉬노리야는 서방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와 벨라루스 사이를 틀어지게 하려는 의도를 지닌 국가다.
베이쉬노리야는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는 또 다른 가상국가 루베니야(Lubeniya)와 베스바스리야(Vesbasriya)와 연합 전선을 형성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번 자파드는 베이쉬노리야의 공격을 격퇴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임무로 삼고 있다.
트위터에는 러시아를 풍자하기 위해 생성한 것으로 보이는 베이쉬노리야 외무부의 '공식 계정'까지 등장했다.
비록 가상국가라고는 하나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해 3국과 폴란드는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상 국가가 사실상 자국을 겨냥해 만들어 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러시아가 이번 훈련을 계기로 나토 회원국과 경계를 맞댄 벨라루스에 군 병력을 영원히 주둔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실제로 러시아가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할 때 활용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당시 러시아는 친러시아 반군이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개시하며 크림반도 병합을 준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이번 자파드의 진짜 목적을 추측하기 어렵다"면서 "다음 주 훈련이 끝나고 나야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훈련은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더 공격적으로 군사훈련을 전개하며 이웃국가에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처럼, 확신에 찬 러시아의 행태와 잘 들어맞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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