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서 폴 매카시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소녀가 웃고 있다. 순수해 보이는 미소는 아니고, 다소 외설스럽게 느껴진다. 이 소녀의 모티프는 '백설공주'라고 한다. 동화에 나오는 백설공주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다.
미국 유타주에서 태어난 문제적 작가 폴 매카시가 5년 만에 한국에서 개인전을 연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14일 개막한 이번 전시에서도 백설공주 이야기에 대한 특유의 비틀기는 여전하다.
전시 제목은 영어로 'Cut up and Silicone, Female idol, WS'. 컷 업은 작품명이고, 실리콘은 작가가 많이 사용하는 재료다. 여성 우상(Female idol)에 이은 WS는 백설공주의 영문 이름인 'Snow White'에서 두 단어의 순서를 바꾼 'White Snow'의 약어다.
어렵고 복잡한 전시 제목과 비교하면 전시장에서 받는 느낌은 단순하다. 모든 작품의 형상이 과도하게 왜곡되고 변형된 탓에 거부감과 불편함이 생긴다. 마치 관람객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인가'라고 묻는 듯하다.
작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백설공주의 머리 조각상인 '화이트 스노 헤드'(White Snow Head)와 '피카비아 아이돌'(Picabia Idol) 연작, '컷 업' 연작이다.
신작 피카비아 아이돌은 작가가 프랑스 화가 프란시스 피카비아(1879∼1953)의 회화인 '여인과 우상'(Woman with Idol)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여인과 우상은 반라의 여성이 커다란 원시 조각상(우상)에 몸을 부대끼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여기에 나오는 조각상을 실제로 만들어 전시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조각상들의 뼈대에 해당하는 코어(Core)를 별도로 선보였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조각을 만들기 위한 코어에 흥미를 느꼈다"며 "코어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작품이 추상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가 아닌 내부의 추상화가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컷 업은 더욱 기괴하다. 그는 자신의 몸을 본떠 만든 조각을 여러 부분으로 절단한 뒤 마구잡이로 세워놓았다. 엉덩이 위에 등이 아닌 배 쪽을 올리고, 머리 조각도 비틀어 쌓는 식이다. 조각 주변에는 작가의 몸을 소재로 한 프린팅 작품도 걸렸다.
간담회에서 작가는 많은 말을 쏟아냈다. 대부분의 발언은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았지만,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했다.
국제갤러리 측은 "작가는 보편적인 사회적 가치들이 늘 익숙한 방식으로 반복 수사(修辭)되고, 이를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수용하는 현상을 꼬집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월 29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 02-735-8449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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